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제주도. 그 천혜의 아름다운 휴양지도 반세기전에는 비극의 땅이었다. 1948년 4월, 그때 제주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대변되는 제주도의 '빛'만 아니라, 그 이면에 스며있는 아픈 '그림자'도 읽어야 하는 것이 어쩌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지성인의 도리가 아닐까.
문예진흥원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역임한 소설가 현기영의 소설집 '순이삼촌'과 '마지막 테우리' 개정판이 출간됐다. 현기영의 이 대표작들은 제주도의 역사와 4.3항쟁 전후에 발생한 비극에 끊임없이 천착한 역작이다.
4.3항쟁은 좌우익의 극한 대립으로 양민을 포함한 1만5천~3만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한국판 '홀로코스트'.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이념의 대립이 어떻게 왜곡되어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박탈하는지, 인간의 폭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극한에 이를 수 있는지를 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묘사를 통해 파헤친다.
첫소설집 '순이삼촌'은 1978년 '창작과비평'에 발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그간 금기시 되어왔던 제주 4.3항쟁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학살현장의 시쳇더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고통스런 내상을 안고 30년을 살다가 자살한 '순이삼촌'의 이야기이다.
'순이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참담했던 역사의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끊임없이 분열시키고 간섭하는지 잘 보여준다.
현기영의 세번째 소설집 '마지막 테우리'는 테우리(소치는 사람) '순만 노인'의 내면과 회상을 통해 4.3의 기억과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러면서도 절제된 감정과 탁월한 묘사 및 문체를 바탕으로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마지막 테우리'는 '순이삼촌'에 이어 개인과 역사의 상처에 천착하면서도 문제의식이 한층 더 절제되고 깊이있게 형상화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문학성을 획득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춘, 우리 단편문학 역사에 빛날 명작"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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