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시장 공중화장실 여닫이문에
둥근 자국이 나 있다
연두색 칠이 환하게 닳아 있다
손바닥 온기와 급하게
서두르는 힘이 만든 자취,
사람들은 제 손바닥으로 그곳을
밀고 갔을 것이다
밀어내도 밀어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닫이문은 자기도 모르게
저런 흔적을 받아 안은 것인데,
그 자국 또한
중심에서 거리가 한참 멀어서
여닫이문은,
바닥에서 짐짓 한 뼘쯤 떠올라 있다
- 배영옥-
'공중화장실 여닫이문'에 '둥근 자국'이나 '연두색 칠이 환하게 닳아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나요. 여닫이문에 나 있는 '흔적'은 무수한 사람들의 '손바닥 온기와 서두르는 힘이 급하게 만든 자취'입니다. 그 자취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이 남긴 자취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밀어내도 밀어내도 제자리로 돌아오'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여닫이문은 '그 흔적을 받아 안'느라고 '바닥에서 짐짓 한 뼘쯤 떠올라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아,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삶'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갔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보내는 것이 '삶'인 것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상처의 흉터가 '삶의 자취'인 것입니다.
구석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