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모 고교의 200대 체벌소식을 접하고 필자가 처음으로 한 생각은 '또?'였다. 학교에서 과도한 체벌로 인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도될 때마다 사람들은 체벌에 대한 찬반 논쟁을 뜨겁게 벌이고 가해자에 대한 집중공격이 가해진다.
이제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은 비극적인 일이, 그것도 바람직한 인간을 길러내는 목표를 추구해야하는 학교 현장에서 자꾸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벌의 효과에 관해 연구한 많은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체벌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행동을 수정하거나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연구들에 의하면 체벌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체벌이 특정 문제 행동을 즉시 멈추게 하는 데 효과가 있고 가장 손쉽고 간단하게 교육에 필요한 질서를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교육학자로서, 상담자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니 체벌이 근절되지 않는 다른 원인들과 원인 해결 차원의 대안이 떠오른다. 첫째, 교사의 대부분이 학습을 촉진하는 분위기 조성과 주의집중을 위한 효율적 방법들을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벌을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 있다.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훈육의 레퍼토리를 갖지 못한 많은 부모와 교사가 있고 그래서 이들은 문제 행동이 일어났을 때 이에 대해 자신이 갖는 강렬한 마음-바람직하게 행동해 주길 바라는 자신의 마음과 노력을 무시한다는 서운함과 분개 등을 체벌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이렇게 볼 때,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학습분위기 조성과 학습동기 제고 등을 돕는 효율적인 교수전략과 성공사례들을 학습할 기회와 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서류 업무 등의 간소화 등의 교육 여건일 것이다.
둘째, 많은 성인들이 자신의 성장 역사를 통해 어른들로부터, 말로 하는 지시가 먹히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매가 앞서는 방식의 훈육방법을 부지불식간에 전수받았다. 이렇게 본다면 반복적이고 과도한 체벌을 행하는 교사 역시 피해자이므로 이들에게도 치유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와 폭력적인 사회분위기가 변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하나보다는 전체가 중요하다는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어서 학급 전체, 학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은 다소 희생되고 상처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합리적인 상호 의사소통이 아닌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표현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학교폭력과 학교 체벌이 근절될 것으로 기대하기란 어렵다. 생면부지의 사람에 의해 목숨을 잃고, 낳아준 부모도 때리고, 심지어 또래들도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에서 교사만은 그러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넷째, 체벌 시행에 관해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것은 되고 어떻게 하는 것은 안 되는가 하는 지침이 분명치 않다. '교육적으로 불가피'한 경우란 해석에 따라 무한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표현이 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한다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허용될 수 있는 체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벌의 긍정적 효과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이지만 부정적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서 복합적으로 찾아오고 그 영향은 교사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졸업 후 찾아와 "그 시절 매가 약이 되어 삶을 바로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일로 권위있는 윗사람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심이 생겨서 사회생활이 힘듭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체벌의 드러나지 않은 장기적인 영향을 밝히는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문제를 바라보면, 학생에 대한 과도한 체벌에 대해 사회문제화하게 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게 되고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한결 개별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온 부모들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교육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바람직한 인간상을 기르는 것인데, 체벌에 의해 조성된 질서 속에서 길러질 인간상이 우리가 흔히 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바로 그 '바람직한 인간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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