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호
대구경북연구원 신산업연구팀장
최근 정보통신부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신뢰와 아쉬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통신시장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 시장수요를 치밀히 고려해 접근한 정책은 결과가 긍정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우려를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터넥스텔과 와이브로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시공간과 장비 제약을 넘어 인터넷 활용이 가능한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는 유비쿼터스시대를 주도해나갈 대표적 서비스인데, 기술개발에서부터 표준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 힘으로 이루어졌기에 그 의의가 크다. 당장 관련 산업계는 와이브로 시스템과 단말기 등의 세계시장 규모를 2010년 11조 6천억 원 정도로 예상하며 기존 CDMA 상용서비스에 이어 제2의 모바일 신화창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와이브로의 세계적 표준화와 미국시장 진출이란 쾌거의 바탕에는 시장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진취적 대응책을 마련한 정보통신부의 올바른 산업육성 정책이 있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IT839' 정책의 8대 서비스 중 하나로 육성하고자 KT와 SK텔레콤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삼성전자를 단말기 개발에 참여시킨 정책적 결정이 순수 국내 원천기술 기반의 세계시장 진출을 실현해 낸 것이다. 결국 오늘날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공은 기업의 노력과 정보통신부의 현명한 정책이 어우러진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성공적인 정책만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정보통신부는 모바일 일등 국가를 지향하는 'M1 프로젝트'계획을 발표하고 5대 주요 사업을 제시했다. 5대 주요 사업 중 모바일특구 조성은 국내 모바일기업의 해외 테스트 수요를 흡수하면서 해외 기업의 모바일 단말과 서비스 테스트 수요도 지원하자는 의도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수도권 모바일 중소기업인 VK의 법정관리, 지자체의 치열한 유치경쟁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자 정보통신부는 모바일특구 조성 구상을 포기해버렸다. 그 대신 등장한 방안이 전국 두 곳에 조성하려는 대기업 위주의 GSM 방식의 단말모바일 필드테스트 안이다. 그러다보니 '대구경북 모바일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모바일 분야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으려 애써 온 우리지역이 이를 유치하는데 상당히 유리한 듯하다. 진전이 이러함에도 앞날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생산이 감소 중인 GSM 방식의 단말 테스트만 이루어져서는 단기적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수도권 이전 차단효과는 나타나겠지만, 글로벌 모바일산업 허브 기반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에서는 모바일특구 축소의 주된 이유로 테스트 수요의 감소를 들고 있으나, 이는 생활의 중심이 모바일로 바뀌어가는 세계적 패러다임을 무시한 처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장 형성이 미흡한 상태에서 미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강력한 공급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한 와이브로의 성공적 산업화와는 상반되는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축소 추세에 접어든 GSM 단말에 대한 필드테스트베드 조성은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그친 과거 산업정책의 잘못을 답습하는 것이기에 우려가 더하다. 다양한 모바일 단말과 서비스, 차세대 이동단말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존 모바일특구 조성으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요에 필요한 만큼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기업의 기획방향과 달리 정부의 산업육성 정책은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수요를 주도할 수 있는 공급기반 확대 쪽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경북도와 구미시, 대구시 등 자치단체들도 모바일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민의 열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필드테스트베드 유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보통신부와의 협조를 통해 모바일 분야의 미래수요를 예측한 공급기반 확대를 목적으로 모바일 방송, 차세대 단말 테스트 등 향후 모바일 중심 생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말과 서비스 및 콘텐츠 테스트 기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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