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風 부는 날이면 북부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입력 2006-08-19 15:10:28

'대구 이태원'의 꿈

대구 북부정류장 인근 거리가 서울의 이태원을 꿈꾸고 있다. 5년 전부터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외국인 식당 및 가게가 지금은 10여 곳이 넘기 때문이다. 이 가게들을 중심으로 인근에는 1천여 명의 외국인들이 소중한 꿈을 키워가며 살아가고 있다.

외국인 가게의 주 소비층은 대구지역 각 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가게주인과 인근 외국인소비자들은 서로 도우며 강한 연대감으로 작은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곳은 중국 및 서남아시아계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다. 중국인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많으며 다음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네팔 등의 순.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면서 한국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들 가게 주인들은 대구에 첫 발을 디딘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한국말에 능통할 뿐 아니라 경제적 기반도 탄탄하기 때문에 어렵게 한국생활을 시작한 이들을 이끌고 도와준다.

이들 가게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가게를 차린 지 오래되고 외국인 손님이 많다 싶으면 한 달 300만∼400만 원은 번다. 나머지는 한 달 수입이 200만~300만 원 정도.

이곳에 첫 가게를 개설한 인도식 요리전문점 알리바바(ALIBABA) 주인 이나딤(33·파키스탄인) 씨와 4년째 서남아시아 식품전문점 움마라 마트(UMMARA MART)를 운영하고 있는 아미르 헤만(37·파키스탄인) 씨는 개척자인 셈. 올해 문을 연 파키스탄·인도풍 식당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와 여행 및 해운업체 히나 트레블스(HINA TREVELS)도 신흥 아지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곳에는 저녁마다 무슬림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북부정류장 건물 앞 도로변에 있는 ACE마트와 월드마트를 비롯해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점들도 부쩍 늘었다. 나라별 국제전화카드, 인터넷, 각종 잡지류 및 음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가게는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보다 주로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편의점은 인근에 벌써 6곳에 달할 만큼 인기다.

건물 오른편에는 중국백화연쇄점(中國百貨連鎖店) 및 중화요리 차이니즈(CHINESSE)가 빨간 간판을 달고 마치 차이나타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특유의 인화력을 바탕으로 이곳 가게를 중심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쌓고 있다.

북부정류장 인근에 외국인들이 모이는 주요한 이유는 값싼 임대료와 집값 때문. 한국상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외국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색적인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꿈꾸는 '대구의 이태원 거리'와는 사뭇 다른 게 북부정류장 외국인 거리의 현실이다. 한국말도 잘하게 되고 결혼해 이곳에서 살고 싶은 대박의 꿈을 이룬 이들도 아직은 몇몇 소수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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