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칠월 밑 무더위가 독하다

입력 2006-08-18 09:49:06

모기 개체수마저 크게 줄일만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立秋(입추)도 열흘이 지났건만 35도를 넘는 酷暑(혹서)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閏月(윤달)까지 끼어 다음 주 24일 음력 7월이 다시 시작된다.

1706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기온을 측정한 네덜란드에는 올 여름 최악의 더위를 닥쳤다. 지난달 네덜란드의 평균 기온이 22.3도로 300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영국·독일에서도 100년만의 더위로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지난 7월 독일의 평균 기온은 예년에 비해 무려 5.2도가 높았다고 하니 과히 기록적이다. 유럽에 한 달 일정으로 다녀온 지인이 도저히 뜨거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돌아와서는 불평을 해댔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더위, 황사 등 기상이변이 되풀이되면서 지구촌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지구환경의 변화가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속이 뜨끔해지기도 한다. 최근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와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을 밝혀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평균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가면 전 세계 주요 삼림지역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연구의 요점이다. 지구 삼림의 절반이 없다고 상상해보자. 무서운 경고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상조건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40, 50년전만해도 기상변화에 기업들이 웃고 우는 정도가 미미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이변은 산업계에 피해를 주거나 에어컨, 빙과류, 여행상품 등 수요 예측의 잘못으로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날씨경영'까지 도입,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또 기상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과 신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장구조마저 달라지고 있고, 기상산업 규모도 미국은 연간 1조 원, 일본의 경우 5천억 원에 이를 정도다.

미국 상무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산업분야 중 70% 이상이 날씨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바 있다. 상무부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96년 기준 미국 GDP 중 농수산업·식음료·의류·레저·관광·물류 등 날씨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산업의 비중이 42%였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날씨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산업이 한국의 경우 GDP의 52%, 일본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는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기상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대응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대응전략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기상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더욱 중요하다.

기상이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화두다. 그래서 유채 같은 식물성 원료에서 추출한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대체 연료인 바이오디젤 원료용 유채를 키워 지역 농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즉 바이오디젤의 보급이 늘어나면 에너지원의 다각화는 물론 환경개선, 농촌지역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바이오디젤을 적극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수송연료의 20%를 보급할 계획이란다.

19세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모두가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느 누구도 날씨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다.(Everybody talks about weather, but nobody does anything about it.)"고 꼬집었다. 트웨인의 말이 21세기에도 유효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인간이 날씨에 대해 책임있게 대답하고 대응해야할 시점이다.

서종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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