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도 따고 와인도 마시고…충북 영동

입력 2006-08-16 02:07:28

포도의 계절이다. 이즈음 테마여행으로는 '와이너리 (winery:포도주 양조장) 투어'가 제일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원래 유럽여행에서 빠지지않는 테마. 이름난 와인제조농가를 돌며 포도밭과 와인제조공장을 돌아보고 와인 시음까지 하는 여행이다.

아직까지는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생소한 와이너리투어를 떠난다. 장소는 충북 영동. 지난 2003년 쯤부터 시작된 영동의 와이너리투어는 서울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3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임을 감안할 때 대구에서 1시간 30분이면 닿는 영동의 와이너리투어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황간IC에서 내린다. 이곳서 영동방향으로 4번국도를 타고 좌회전하면 먼저 눈으로 포도 향을 느낄 수 있다. 보랏빛 향기다. 탱글탱글 익어가는 포도를 보는 것 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영동이 포도산지로 유명한 것은 자연환경 덕이다.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 되어야 포도의 당도가 높아진다. 영동은 이 자연조건을 딱 갖춘 곳이다. 올해는 비가 자주 와 수확이 늦다. 본격적인 포도수확은 9월초가 되어야 가능할 듯하다. 포도따기 체험은 25일~28일 열리는 난계국악축제 기간 중 와인코리아를 방문하면 가능하다. 그 전이라면 길 가 특산물 판매장에서 파는 포도로 입맛을 돋울 만하다.

눈과 입으로 포도의 향을 맛봤다면 이젠 코와 혀로 와인의 향을 느낄 때다. 한국토종의 와인 공장이 영동에 있다. 영동군과 공동출자 법인인 와인코리아가 1994년부터 한국산 와인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샤토마니'. '샤토'는 프랑스어로 '성'이란 뜻으로 와인제조농가를 의미한다. '마니'는 와인코리아가 처음 들어섰던 충북 영동군 양산면의 마니산에서 따왔다.

레드와 화이트와인 외에 2004년엔 처음으로 샤토마니 누보(Nouveau)를 출시했고 뒤이어 복분자 와인까지 생산해내고 있다. 누보는 그 해 수확한 포도를 단기간 숙성시켜 만든 햇포도주. 이 지역에서 생산된 캠벨 햇포도로 만든 샤토마니 누보는 그 전까지 인기있던 프랑스산 보졸레 누보를 위협할 만큼 인기를 얻었다.

와인코리아를 방문하면 와인전시관에서 제품 설명과 함께 여러종류의 와인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와인공장 견학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수확한 포도를 으깨 발효시키고 오크통 숙성실에서 숙성시키는 와인제조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스테인레스의 큰 통에서 숙성시키는 것은 단맛이 나는 와인. 떫은 맛이 나는 와인은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킨다. 8월말부터 포도수확이 시작되면 와인제조의 모든 과정을 돌아볼 수 있다.

와이너리 투어의 핵심은 와인저장고다. 와인코리아에서 차로 5분 가량 걸리는 와인저장 토굴은 일제시대때 탄약저장고로 쓰던 동굴이다. 길이가 약 60m인 토굴엔 1994년부터 만든 와인 15만병이 저장되어 있다.

토굴로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토굴 속은 평균기온이 13℃로 와인 발효와 숙성에 딱 맞는 온도다. 100여개의 오크통에 담긴 포도가 숙성되는 냄새가 토굴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입구 쪽의 병위에는 먼지 같은 게 쌓여있다. 여운신 와인코리아(주) 부사장은 포도곰팡이라고 일러준다. 오크 병마개로 인해 세월과 함께 와인이 숨을 쉬고 있는 현장이다.

영동읍을 지나 대전·옥천 방향으로 4번 국도를 따라 심천면으로 가면 왕산악, 우륵과 함께 한국의 3대 악성(樂聖)인 박연을 기리는난계국악박물관과 난계국악기제작촌이 있다. 천년의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있는 영국사는 인근 천태산 자락에 있다. 주차장에서 30여분 산책로를 올라야 한다.

때마침 8월 25일부터 4일간 영동일원에서는 제39회 난계국악축제가 열린다. 특히 올해부턴 포도축제와 통합돼 '포도·와인과 함께하는 조선시대 음악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국악경연과 시조경창, 국악체험 등 국악 한마당이 펼쳐진다.

축제기간동안 와인코리아를 방문하면 포도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포도밭에 직접 들어가 탐스런 포도를 따먹고 수확한 포도를 싼값에 가져올 수도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영동 여행정보

▶길 안내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나와 바로 좌회전하면 영동방향으로 가는 4번 국도다. 역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한국전쟁 중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 현장도 황간IC를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볼 수 있다. 흰 페인트로 칠해둔 철로 교각 총상자국이 선명하다. 황간IC에서 4㎞가량 가면 서송원이란 표지판이 보이고 이곳서 다시 4㎞가량 더 가면 왼쪽으로 와인코리아가 보인다. 폐교를 고대의 성 모습으로 꾸며 눈에 쉽게 띈다. 와인저장 토굴은 이곳서 차로 5분정도 거리에 있다. 승용차로 대구서 황간IC까지 1시간30분, 황간IC에서 영동읍까지는 20분 가량 걸린다.

▶여행 팁

와인코리아 견학은 개인단위로 가도 가능하다. 와인 시음도 해볼 수 있고 와인전시관과 생산공장까지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는 와인숙성고인 저장토굴을 볼 수는 없다. 와인토굴은 단체관광에 한해 개방한다. 단, 미리 전화로 방문시간을 예약해두면 단체관광객들과 섞여 와인토굴을 돌아볼 수 있다.

▶먹거리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나 올갱이국을 맛볼 수 있다. 영동지역 역시 물살이 세고 깨끗하며 깊은 곳에서 잡은 지역 토종 올갱이로 요리해 담백한 맛을 낸다. 민물고기에 인삼, 대추를 넣어 푹 끓여낸 어죽도 별미. 우렁쌈밥은 우렁 특유의 쫄깃한 맛과 된장의 향이 어울려 입맛을 돋군다. 좀 비싸긴 하지만 금강 주변엔 쏘가리매운탕과 용봉탕을 내는 식당이 많다. 용봉탕은 조선시대 궁중요리로 잉어와 오골계, 자라를 넣어 푹 끓인 영양식.

▶특산물

포도와 감이 유명하다. 포도는 전국 생산량의 9.4%, 충북 생산량의 63%를 차지할 만큼 명산지다. 영동의 감과 곶감은 소백산맥 산골지역에서 생산돼 당도가 높고 색깔이 곱다. 최근엔 가로수로 감나무를 심을 만큼 영동군에서도 감생산지로서의 명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연락처

영동군청 문화공보과 (043)740-3224,

와인코리아 단체 관광 (043)744-3211

난계국악박물관 043)742-8843.

난계국악기제작촌 043)742-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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