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가득한 쌀…불우이웃 지원행정 '엉망'

입력 2006-08-14 10:41:42

대구시내 일부 행정기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각종 지원행정이 엉망이어서 원성을 사고 있다. 벌레가 가득한 쌀을 주는가 하면, 재정이 부족하다며 지원금을 하루 아침에 줄여버리는 등 '무성의'와 '편의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것.

기초생활보장수급자 1급으로 지정돼 지난 4년 동안 정부로부터 쌀을 지원 받았던 정미영(가명·50·여) 씨는 이번 달 지원된 쌀을 보고 기겁을 했다. 20kg짜리 정부미 포대에 담긴 쌀 안에 길이 1cm가 넘는 쌀벌레 수십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던 것.

정 씨는 "쌀벌레를 골라내면서 한없이 울었다."며 "아무리 돈 없는 사람들이라고 벌레 가득한 쌀을 주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아토피와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는 수민(가명·6)이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수빈(가명·13) 손자형제를 키우는 정 모(65·대구 중구) 할머니 역시 요즘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아이 병원비 대기도 벅찬데 그나마 나오던 급식비 마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수민이는 대구 중구청으로부터 방학 때 점심과 저녁식사를 모두 지원받았다. "아이의 아토피가 심해 라면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을 복지관에서 받아와도 먹이지 못했어요. 최근엔 구청에 통사정해 식재료 대신 농협 상품권을 받아와 끼니를 해결했는데 이젠 이마저 반으로 줄어든다니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할지 막막합니다."

정 할머니는 "아무리 못살고 힘 없는 사람들이라지만 하루 아침에 먹던 것을 뺏아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눈시울을 적셨다.

대구 시내 사회복지관 한 관계자는 "급식을 지원받는 전체 숫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에 하루 2끼를 지원받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침이 최근 내려왔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정 할머니 가족처럼 급식 지원이 축소된 가정이 대구 중구에서만 50여 가구에 이른다는 것.

대구대 이진숙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식지원 아동의 수를 늘려 겉보기만 좋게 하려는 행정"이라며 "결국 밥을 굶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유독 많은 혜택을 받는 집이 있어 조정과정을 거쳤을 뿐"이라며 공식적인 지침이나 공문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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