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만에 귀향한 조선왕조실록…오대산서 '환국 고유제' 열려

입력 2006-08-12 09:36:13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돼 도쿄대에 보관돼오다 지난달 환수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93년 만에 고향인 오대산 월정사를 다시 찾았다.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이 고국에 돌아왔음을 고하는 의식인 '환국 고유제' 가 1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사고와 인근 월정사에서 열렸다. 문화재청과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93년 만에 귀향한 오대산 사고본을 맞이하기 위해 모여든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행사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김진선 강원도지사,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오후 1시 오대산 사고지에서는 반환 실록을 제상에 올려놓고 유홍준 청장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초헌과 고유제문 낭독, 아헌, 종헌을 하며 고유제가 거행됐다. 같은 시각 월정사 경내에서는 평창 군민과 신도들이 국악인 김영임씨와 국악관현악단이 펼치는 흥겨운 공연을 감상하며 오대산 사고본의 귀향을 축하했다.

고유제가 끝난 후 3개의 궤에 나뉘어 담긴 실록은 채여에 실려 취타대를 앞세운운반례 행렬에 의해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옮겨졌다.

행렬을 지켜보던 불자들은 합장을 하며 실록의 귀향을 반겼고 관광객들도 휴대폰과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취타대의 연주를 지켜보며 관심을 보였다.

'문화재를 제자리에'라는 피켓을 들고 행렬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실록을 향해 큰 절을 하며 "오대산 사고본은 오대산에 있어야 한다"고 외치자 다른 시민들이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월정사를 찾은 최현수(64.서울 동작구)씨는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서 빼앗아갔던 문화재를 원래 자리인 오대산이 아닌 서울대에 돌려주면서 '기증'이라고 하는 게말이 되느냐"며 "조선왕조실록은 반드시 오대산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록을 담은 채여가 월정사 경내 행사장에 도착하자 유홍준 청장, 정념 주지 스님 등이 실록을 무대에 봉안했다.

이어 조선왕조실록 환수 경과 보고와 반야심경 독경, 정념 스님과 유 청장의 인사말 등의 순서를 끝으로 행사가 끝나고 조선왕조실록은 이날 오후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정념 스님은 "문화재는 본래 있었던 자리에 보존될 때 그 존재 의의와 가치가 더욱 빛난다"며 "300여년 간 월정사에서 보존돼 왔던 정신을 계승해 환수위원회 의장이자 월정사 수호총섭으로서 실록이 월정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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