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서] 386개의 도그마(dogma)

입력 2006-08-12 07:42:19

세계1위의 명품 소비국은 일본이다. 2등은 물론 우리나라다. 사회병리현상 수준이다. 집안에 진품이던 짝퉁이던 명품 가방, 지갑, 티셔츠, 시계 하나쯤은 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 까지 공통된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소속심리'와 '자기과시심리'가 그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양식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자기 자신을 무화 시키는 상태에 까지 이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개별적 다양성이 없는 공동체는 건강하지 않다. 뼈만 있는 몸, 근육만 있는 몸, 수분만 있는 몸, 상상하기가 힘들다. 모든 개체의 조화와 상호존중은 생존의 절대 조건이다. 과장하여 자신을 내보이려는 시도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자기 확신의 심각한 공백상태를 의미한다. 내적인 자신감의 부재는 허전함과 외로움으로 이어지고 집요한 물질적, 말초적 쾌락의 탐닉을 지나 공, 사적 모럴의 파괴와 카오스적 무질서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강한 것은 부드럽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사람은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관대하다. 자기 확신은 세상에 대한 겸손과 진정성에서 출발하여 타인에 대한 배려로 확대된다. 콘크리트 벽과 자동차가 충돌하면 둘 다 부서진다. 차가 더 많이 부서질 뿐이다. 그러나 수 백미터 두께의 스폰지와 충돌하면 어느 것도 파괴되지 않는다. 부드러운 충돌이다. 스폰지는 부드럽지만 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독단의 분노로 충만한 차의 파괴적 에너지를 모두 받아들일 만큼 강하고 부드러운 것이다.

독단적 독재의 검은 기관차에 맞서던 386개의 아름다운 스폰지가 있었다. 결국 기관차는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나 한과 피와 분노가 스미어 든 스폰지도 강철처럼 단단해 지고 말았다. 386개의 도그마가 되고 말았다. 청년 독립운동가 이승만이 독재자가 되고 4.19의 영웅들이 정치꾼이 되고, 민주투사 김영삼이 3당야합으로 대통령이 되고.....

충돌은 불가피 한 것이다. 또 피 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진화, 진보의 한 양식이며 에너지이다. 그러나 죽임의 파괴적 충돌은 중지되어야 한다. 강력한 충돌을 통하여 스폰지의 부드러운 강함이 드러나 학습되어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기관차가 스폰지로 변해가는 아름다운 역사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황보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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