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왕따' 피해 직원 사측 상대 승소

입력 2006-08-10 08:57:03

회사의 '왕따 메일'로 피해를 입은 대기업 직원이 "회사가 무고하게 고소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당시 대표이사를 상대로 낸소송에서 이겼다. 1988년 11월 LG전자에 입사해 1999년 1월부터 고객지원실 산하 컴퓨터시스템고객지원팀에서 근무한 정모씨는 한 달 뒤 과장 진급에서 누락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다 팀장과 실장 등 상급자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그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명예퇴직 권고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에 정씨는 회사가 자신을 강제로 쫓아내려 한다며 더욱 강하게 반발하자 회사는 그를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내근직으로 인사발령했다. 이 후 정씨의 부서 실장은 팀 직원들에게 "정씨가 팀 내에서 PC와 회사비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이른바 '왕따 메일'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씨는 구자홍 대표를 찾아가 자신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조사 끝에 실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나 종전의 팀으로 복귀시켜 달라는 정씨 요구에 대해서는 종전 팀의 산하 부서로 전보시키고는 이후 3개월 만인 20 00년 1월 그를 업무수행 거부, 직무 등의 이유로 징계해고했다.

정씨와 회사간 갈등은 징계해고 결정이 내려진 시점을 전후해 극에 달했다. 2000년 1월 정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하면서 '왕따 메일'을 제출하고 이를 유포한 간부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회사는 오히려 그 해 7월 정씨가 '왕따 메일'을 변조해 행사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구자홍 대표와 임직원의 공동명의로 돼 있었다. '왕따 메일'을 유포한 간부는 법정에 출석해서는 정씨가 메일을 작성해 행사한것처럼 위증했다. 그러나 그 간부는 모해위증죄로 기소돼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정씨 역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2년5개월의 법정 끝에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정씨는 회사 측의 잘못된 고소로 기소돼 정신적 피해를 받았고 회사 대표가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며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한범수 판사는 10일 정씨가 당시 회사 대표이사 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당시 회사 대표이사로서 직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를 임직원들이 대표이사 명의로 고소를 하거나 위증을 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막아야 할 의무가 있지만 직원들과 원고를 둘러싼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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