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관문 '버스터미널' 이대로 둘건가

입력 2006-08-09 10:07:36

주주 수입 매년 줄어 재투자 엄두도 못내

10월 17~23일 전국체전 개최를 앞둔 김천 시외버스정류장의 시설이 열악해 하루 2천여 명의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시외버스정류장은 김천의 관문으로 노후화한 시설이 전국체전을 전후 찾게될 외지인들에게 나쁜 도시 이미지를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신규 시설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김천시는 민간소유인 버스정류장에 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어두침침한 대합실=8일 오후 찾은 정류장 대합실은 어두침침한 찜통이나 다름없었다. 260여평의 대합실 건물과 내부는 땟국물이 잔뜩끼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대합실엔 냉방기라곤 먼지가 잔뜩 낀 소형 선풍기 2개가 고작. 연신 부채질하던 김영실(71·김천 구성면) 할머니는 "대합실이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춥다. 시설도 엉망"이라고 푸념했다. 같은 마을 박영욱(65) 씨는 "정류장 시설이 너무 지저분해 들어가기 싫지만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이용한다."며 "시 지역의 버스정류장 시설이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50대 한 이용객은 "전국체전때 외지인들이 버스정류장 시설을 볼 까 겁이 난다. 하루 1천500명~2천 명이 이용하고 시외버스정류장이 해도 너무한다"면서 "혁신도시라고 떠드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시외버스정류장의 입장=성내동에 시외버스정류장이 자리 잡은건 1974년으로 건물이 30년이 넘은 셈. 정류장과 주차장 2천468평에 김천시내버스인 대한교통을 비롯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 17개 회사버스가 공동이용하고 있고 정류장은 매표수수료와 건물임차료 등으로 운영된다.

주주 11명인 정류장 측은 1990년 중반 이후 승객감소로 운수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매표수수료 수입이 매년 10%씩 줄어 최근 인건비 맞추기도 급급해 직원도 21명에서 현재 6명으로 감원했다고 말했다. 검표원도 없는 상태라는 것. 허균 정류장 관리과장은 "원천적으로 건물이 노후해 1,2억 원 들여 건물을 개·보수해선 표시도 안날뿐 아니라 재투자할 자본도 없는 상태다. 2002년 월드컵때 8천여만 원을 들여 재래식이던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꿨지만 시의 보조는 없었다. 체전을 앞두고 도색 등 건물을 단장하려해도 돈이 없어 못할 형편리는 것.

◇이전은 안되나=경영상태가 어렵다보니 이전 및 현대화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버스정류장이 도심에 위치한 탓에 일대 교통체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 외곽지로의 이전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류장측은 "재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태여서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전이나 시설현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내심 기대했다. 김천시 임한기 교통행정담당은 "재투자도 제대로 못하는 정류장측에 이전을 기대하는 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공공예산 지원=시는 민간 소유인 시외버스정류장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경영난을 겪는 정류장측에 시설 재투자를 권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김천시 백성진 시내버스담당은 "비수익·벽지노선 운행버스에 대해선 유료보조금 등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지만 버스정류장은 민간운영체로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전국체전 손님맞이 단장을 위해 정류장 측에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자금부족으로 별다른 진척을 못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외버스정류장과 김천시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인해 더위와 추위, 불결함에 이용객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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