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함으로 더위를 잊다…한여름 연꽃여행

입력 2006-08-09 07:41:15

여름이 이렇게도 모질다. 7월 한 달 내내 장마에, 폭우에 마음 아프게 하더니 8월 들어서는 땡볕의 폭염이 연일 이어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절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이 있다. 연꽃.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단아하게 피어있는 연꽃을 보고 있으면 찌든 때마저도 한달음에 씻겨나간다.

그래서 이 한여름에 연꽃여행을 떠난다. 연꽃의 화사한 색감과 은은한 향기를 맡기 위해서다.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대구 인근에도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오전 11시 이전에 연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12시가 넘으면 연꽃도 무더위에 봉우리가 처지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도 연꽃은 좀체 봉오리를 열지 않는다.

◆경주 안압지 연꽃단지

첨성대 주차장을 지나 안압지로 향하다 보면 두 번 놀란다. 먼저는 길 오른쪽부터 반월성까지 펼쳐진 멕시코산 황화코스모스 물결. 지난 봄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들판이 또한번 황색 꽃 물결로 일렁인다. 목적지는 안압지 연꽃단지인데 쉽게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갓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건너편 안압지 서쪽들판을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란다.

연꽃이 한창 피어나는 중이다. 한 꽃대에 꽃 한 송이.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 위로 소담한 꽃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진흙 속에서 피워낸 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큰 물방울을 바람따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연잎을 보는 것도 심심치 않다.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은은한 연꽃 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연꽃 향을 실은 바람을 기다리다 보면 햇볕이 따가운 것도 잊는다.

▷위치=경주시 안압지 서쪽

▷문의=054)779-6705(경주시사적공원관리사무소).

◆예천 '산택연꽃공원'

5천평 규모의 연꽃 테마공원. 예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가꾼 연꽃 단지. 산택연꽃공원은 농사기술의 발달로 최근 자연저수지 기능이 퇴화되고 못주변 곳곳에 산재해 자생하던 연꽃 자생지였던 이곳을 대규모 연꽃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못 일부에서 자라던 기존 자생 지외에 1천 2백여평의 저수지를 추가로 준설해 연꽃 4종을 4천주 추가로 심어 4천평에 걸쳐 연꽃공원을 조성했다. 하고 못 주변에 편의 시설을 갖춰 개장했다 주변 광장에 소나무와 산철쭉, 야생화 등 자생수종 2천여본이 있는 5백평의 잔디광장, 파고라, 50대 규모의 주차장, 의자 및 탁자, 산책로 등 휴식시설이 갖춰져 있고 주변에 산택쉼터 휴게소가 위치해 있어 지나는 길에 연꽃을 구경하며 쉬어가는 자연 휴식터로 인기다. 학생들의 자연학습장.

▷위치=예천군 용궁면 산택리

▷찾아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예천 IC를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예천읍을 지나 15분 정도 달리다 보면 용궁면 산택리 도로 왼편에 연꽃공원이 있다.

▷문의=054)650-6394(예천군 문화관광과).

◆청도 유등연지

유호연화(柳湖蓮花). 청도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등연지의 연꽃은 장관이다. '신라지'로도 불리는 이 연못은 둘레가 약 700m로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연꽃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않을 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면을 뒤덮은 붉은 홍련과 탐스런 연밥이 인근의 정자 '군자정'과 조화를 이룬다.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 모헌 이육 선생이 무오사화로 유배된 형과 이곳에 은거하면서부터 연꽃을 심었다고 한다. 군자정은 모헌 선생이 시를 읊고 글을 짓던 곳이다. 연못에서 동쪽으로 4㎞ 정도 가면 용암온천이 있다.

▷위치=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찾아가는 길=대구-가창-팔조령 터널-이서-화양읍 양원삼거리서 유등리 방향 좌회전-1.3㎞ 가면 오른쪽에 유등연지가 있다.

▷문의=054)370-2371(청도군 문화관광과)

◆안동 덕왕사

절이 독특하다. 6년 전 폐교를 활용해 절로 꾸민 것. 운동장 전체가 큰 고무대야에 담긴 연꽃 밭이다. 연꽃 종류도 너무 다양해 놀랍다. 우리나라 연 100여 종에 세계 각지에서 모아 온 외래종까지 다양하다. 희귀한 가시연꽃도 볼 수 있다. 8월 중순이 제철이고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어져 9월말까지는 연꽃을 볼 수 있다. '연꽃스님'으로 알려진 주지 용각스님이 본격적으로 연을 키운지 4년 정도 됐다. 절 내에 2개의 전시관이 있어 사진작가들이 찍은 연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위치=안동시 녹전면 사신리 455-5

▷찾아가는 길=안동에서 도산서원 방향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와룡면을 지나 안동소주박물관이 나온다. 한참을 가다보면 감애삼거리가 나오고 덕왕사 안내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서 10㎞ 정도 가면 다시 왼쪽에 안내표지판이 있다.

▷문의=054)853-3855(덕왕사).

◆경산

경산엔 의외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진량읍 연지, 압량면 갑못, 삼풍동 삼천지 등이 대표적. 경산IC 부근 6만여평에 달하는 연꽃 방죽을 이루고 있는 연지는 둘레가 4㎞로 큰 편.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가량 걸린다. 둑이 높아 연꽃이 잘 보이지않는 관계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이곳 연꽃도 지금이 제철. 9월초까지는 홍련 위주의 연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낚시터로 소문이 나있다.

갑못은 연지에서 5㎞ 정도 떨어져있다. 작은 규모이지만 연꽃은 더 많다.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연못 대부분을 덮은 연꽃이 장관이다. 영남대 안의 삼천지도 연꽃 천지다. 1만여평의 저수지가 중앙 일부 깊은 곳을 제외하곤 연꽃으로 뒤덮여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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