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이렇게도 모질다. 7월 한 달 내내 장마에, 폭우에 마음 아프게 하더니 8월 들어서는 땡볕의 폭염이 연일 이어진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절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꽃이 있다. 연꽃.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단아하게 피어있는 연꽃을 보고 있으면 찌든 때마저도 한달음에 씻겨나간다.
그래서 이 한여름에 연꽃여행을 떠난다. 연꽃의 화사한 색감과 은은한 향기를 맡기 위해서다.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대구 인근에도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오전 11시 이전에 연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12시가 넘으면 연꽃도 무더위에 봉우리가 처지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도 연꽃은 좀체 봉오리를 열지 않는다.
◆경주 안압지 연꽃단지
첨성대 주차장을 지나 안압지로 향하다 보면 두 번 놀란다. 먼저는 길 오른쪽부터 반월성까지 펼쳐진 멕시코산 황화코스모스 물결. 지난 봄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던 들판이 또한번 황색 꽃 물결로 일렁인다. 목적지는 안압지 연꽃단지인데 쉽게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갓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로 건너편 안압지 서쪽들판을 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란다.
연꽃이 한창 피어나는 중이다. 한 꽃대에 꽃 한 송이. 연잎으로 뒤덮인 연못 위로 소담한 꽃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진흙 속에서 피워낸 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큰 물방울을 바람따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연잎을 보는 것도 심심치 않다.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은은한 연꽃 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연꽃 향을 실은 바람을 기다리다 보면 햇볕이 따가운 것도 잊는다.
▷위치=경주시 안압지 서쪽
▷문의=054)779-6705(경주시사적공원관리사무소).
◆예천 '산택연꽃공원'
5천평 규모의 연꽃 테마공원. 예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가꾼 연꽃 단지. 산택연꽃공원은 농사기술의 발달로 최근 자연저수지 기능이 퇴화되고 못주변 곳곳에 산재해 자생하던 연꽃 자생지였던 이곳을 대규모 연꽃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못 일부에서 자라던 기존 자생 지외에 1천 2백여평의 저수지를 추가로 준설해 연꽃 4종을 4천주 추가로 심어 4천평에 걸쳐 연꽃공원을 조성했다. 하고 못 주변에 편의 시설을 갖춰 개장했다 주변 광장에 소나무와 산철쭉, 야생화 등 자생수종 2천여본이 있는 5백평의 잔디광장, 파고라, 50대 규모의 주차장, 의자 및 탁자, 산책로 등 휴식시설이 갖춰져 있고 주변에 산택쉼터 휴게소가 위치해 있어 지나는 길에 연꽃을 구경하며 쉬어가는 자연 휴식터로 인기다. 학생들의 자연학습장.
▷위치=예천군 용궁면 산택리
▷찾아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예천 IC를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따라 예천읍을 지나 15분 정도 달리다 보면 용궁면 산택리 도로 왼편에 연꽃공원이 있다.
▷문의=054)650-6394(예천군 문화관광과).
◆청도 유등연지
유호연화(柳湖蓮花). 청도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유등연지의 연꽃은 장관이다. '신라지'로도 불리는 이 연못은 둘레가 약 700m로 크지 않은 편. 하지만 연꽃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않을 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수면을 뒤덮은 붉은 홍련과 탐스런 연밥이 인근의 정자 '군자정'과 조화를 이룬다.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 모헌 이육 선생이 무오사화로 유배된 형과 이곳에 은거하면서부터 연꽃을 심었다고 한다. 군자정은 모헌 선생이 시를 읊고 글을 짓던 곳이다. 연못에서 동쪽으로 4㎞ 정도 가면 용암온천이 있다.
▷위치=청도군 화양읍 유등리
▷찾아가는 길=대구-가창-팔조령 터널-이서-화양읍 양원삼거리서 유등리 방향 좌회전-1.3㎞ 가면 오른쪽에 유등연지가 있다.
▷문의=054)370-2371(청도군 문화관광과)
◆안동 덕왕사
절이 독특하다. 6년 전 폐교를 활용해 절로 꾸민 것. 운동장 전체가 큰 고무대야에 담긴 연꽃 밭이다. 연꽃 종류도 너무 다양해 놀랍다. 우리나라 연 100여 종에 세계 각지에서 모아 온 외래종까지 다양하다. 희귀한 가시연꽃도 볼 수 있다. 8월 중순이 제철이고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어져 9월말까지는 연꽃을 볼 수 있다. '연꽃스님'으로 알려진 주지 용각스님이 본격적으로 연을 키운지 4년 정도 됐다. 절 내에 2개의 전시관이 있어 사진작가들이 찍은 연꽃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위치=안동시 녹전면 사신리 455-5
▷찾아가는 길=안동에서 도산서원 방향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와룡면을 지나 안동소주박물관이 나온다. 한참을 가다보면 감애삼거리가 나오고 덕왕사 안내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서 10㎞ 정도 가면 다시 왼쪽에 안내표지판이 있다.
▷문의=054)853-3855(덕왕사).
◆경산
경산엔 의외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진량읍 연지, 압량면 갑못, 삼풍동 삼천지 등이 대표적. 경산IC 부근 6만여평에 달하는 연꽃 방죽을 이루고 있는 연지는 둘레가 4㎞로 큰 편.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가량 걸린다. 둑이 높아 연꽃이 잘 보이지않는 관계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이곳 연꽃도 지금이 제철. 9월초까지는 홍련 위주의 연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낚시터로 소문이 나있다.
갑못은 연지에서 5㎞ 정도 떨어져있다. 작은 규모이지만 연꽃은 더 많다.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연못 대부분을 덮은 연꽃이 장관이다. 영남대 안의 삼천지도 연꽃 천지다. 1만여평의 저수지가 중앙 일부 깊은 곳을 제외하곤 연꽃으로 뒤덮여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