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파키스탄인 마모드 씨의 공주·부여 탐방

입력 2006-08-09 07:46:12

"1천500년 전 백제라는 왕국의 신비로움을 알게 돼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 일하러 온 지 4년만에 대구답사마당(www.taedabma.com)과 함께 역사체험 여행을 떠난 파키스탄인 타히르 마모드(33) 씨. 대구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아침 7시30분 출발, 3시간 가량 걸려 백제의 향기가 고스란히 간직된 옛 수도 공주와 부여를 차례로 들렀다.

마모드는 첫 장소인 금강 유역 곰사당에서 곰에 관한 전설에 얽힌 얘기를 듣고 놀랐다. 이곳 곰냇골에 외로이 지내던 암곰이 한 사냥꾼을 납치, 결혼한 뒤 아이 둘을 낳고 살다 남편이 도망치자 슬픔을 빠져 새끼들과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것. 암곰과 새끼들이 죽은 뒤 이 마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를 막기 위해 곰사당을 세웠다.

그는 "한국에는 곰에 관한 전설이 많은 것 같다."며 "곰이 어떻게 사람이 됐는지 단군신화에서 들었는데 곰사당 얘기는 더 흥미롭다."며 곰 상을 유심히 살폈다.

곧이어 도착한 곳은 국립 공주박물관. 마모드는 제1전시관에서 백제 무녕왕릉 입구를 본 뜬 연꽃모양의 정교한 벽돌 조각기술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혼잣말로 '이렇게 만들려면 당시 기술자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무덤 내부가 과학적으로 만들어져 원형이 잘 보존된 것에도 감탄했다. 무녕왕릉 무덤 내부 벽면 5곳에 등불을 피워놓아 이 불이 다 꺼지고 나면 산소가 없는 진공상태가 되면서 1천 년 이상 나무, 각종 유물이 썩지 않고 보존되어 왔던 것.

그는 "파키스탄은 이슬람과 관계된 경전, 유물을 모셔놓은 박물관이 많다."며 "한국보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보관 및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점심은 영양돌솥밥과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밥에다 된장을 넣은 후 비벼먹는 솜씨가 한국인과 다를 바 없었다. 돌솥밥에서 나온 누룽지를 말아 후루룩 마시면서 떠먹는 모습도 외국인이란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국립 부여박물관. 이곳에선 단 한 점의 유물에 완전 압도당했다.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당시 기술로 저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운 향로가 탄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나보다. 마모드는 "무시무시한 용이 아래쪽을 받치고 맨 위에는 봉황이 우뚝 솟아있다."며 "가운데 향로에는 각종 신비의 동물, 백제인의 생활상을 담아 마치 인류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제대향로의 여운을 간직한 채 마지막으로 부소산성으로 향했다. 이곳엔 백제라는 나라가 멸망한 안타까운 사연들을 담고 있었다. 낙화암, 고란사에 이르러 백제 왕국의 3천 궁녀들이 백마강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얘기는 마모드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파키스탄 역시 영국 식민지 지배와 인도와의 전쟁으로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며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백제는 패자이기에 더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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