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도록 가슴이 저미는 영화입니다"

입력 2006-08-09 06:13:30

눈이 큰 선남선녀 이나영과 강동원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멜로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제작 LJ필름·상상필름)이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소설가 공지영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사람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의 애틋하고 기막힌 사랑을 그린다. '역도산'과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가을과 함께 9월14일 개봉한다.

송해성 감독은 영화에 대해 "소통과 구원에 관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 선남선녀가 나오는 청춘 멜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큰 얘기가 있는 영화다. 결국은 소통과 화해가 테마가 되는 영화"라고 말했다.

또 이나영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너무 짜증나도록 가슴이 저미는 부분이 많은 영화다. 그런 부분들을 싫지만 느껴야할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에 대해 소개해달라.

▲어떻게 하다보니 대한민국에서 벌써 네 번째 작품을 찍게 됐는데 그동안 상복은 있었지만 흥행 복은 한번도 없어서 이번 영화로 어떻게 흥행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웃음). 우리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어떻게 보면 배우 복이 굉장히 많은 감독인데 이번에도 새삼 확인했다.(송해성 감독, 이하 송)

▲아직 개봉을 안 해서 아직도 끝났다는 생각이 덜 든다. 세상에 무관심하고, 무관심하려고 본인 스스로 애쓰는 캐릭터다. 그런 여자가 사형수를 만나며 조금씩 마음의 응어리를 깨닫고 풀게 된다.(이나영, 이하 이)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인물이다. 사회에 불만도 많고 상처도 많은 인물이다. 작품마다 힘들지만 유난히 연기하기 힘들었던 캐릭터였다.(강동원, 이하 강)

--연기에 앞서 어떤 준비를 했나.

▲서울말로 돼 있는 대본을 경상도 사투리로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친해졌다. 사형수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그렇게 구속받고 살아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교도소도 가보는 등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수갑을 찬 채 집에서 지내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캐릭터와 직접 부딪혀 친해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강)

▲캐릭터에 자신도 없었고 해야 할 숙제도 많아 감독님께 많이 의지했다. 항상 고민을 했던 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를 마음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날이 서 있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을 항상 안고 살다보니 어느덧 날이 서 있었던 것 같다. 또 촬영할 때 날이 서 있음으로 인한 희열을 느끼도 했다. 여주인공 캐릭터를 안고 사니 좀더 몰입이 쉬웠다.(이)

--소설을 영화화하게 된 이유와 소감을 말해달라.

▲'역도산' 끝나고 한국 감독이 바라보는 일본에 대한 NHK의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일본에 갈 일이 있었다. 가는 길에 우연히 소설을 접하게 됐고 새벽 2시쯤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단순히 사형수가 한 여자를 만나서 감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끌렸던 것이 아니라, '역도산' 끝나고 인간의 소통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이 소설의 주제가 맞았다.

대신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다. '파이란'은 어차피 10장 정도 되는 단편소설을 한국적으로 각색한 것이라 아예 시나리오를 새로 쓰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원작이 베스트셀러라는 점이 굉장한 부담이 됐다. 결국 두 배우에게 포커스를 맞춰 집중적으로 찍는 방법을 택했다.

또 배우가 너무 한정된 공간에서 만난다는 게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힘들었다. 인물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감독 입장에서 수월한데 앉아서 말만 하니까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처음에는 굉장히 컸다.(송)

--공지영 작가가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 송해성 감독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데…

▲누군가 인정해준다는 것은 물론 감사하다. 하지만 영화 찍다가 라스트 장면에서 공 작가에게 촬영장에 와달라 부탁했다. 그리고는 '왜 소설을 이렇게 어렵게 써서 영화 만들기 힘들게 하느냐'고 투정을 부렸다(웃음).(송)

--두 배우는 처음 만났을 때 느낌과 촬영 끝난 현재 느낌이 어떤가.

▲당연히 처음에는 서먹했다. 하지만 극중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로만 연기를 해야 했기에 대사 연습을 하면서 친숙해진 것 같다. 달라진 느낌은 '그냥 인간이구나…' 하고 느낀다(웃음).(이)

▲처음 봤을 때는 외모에서 되게 차가운 느낌을 받았는데 친해지니까 털털하고 재미있는 분이더라. 스태프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강)

--이 작품으로 흥행을 노린다고 했는데 흥행에 자신 있나.

▲상업영화 감독은 영화가 흥행이 돼야 존재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난 어떻게 보면 복이 없었다고 얘기해야 할지…. 결국은 영화라는 것이 감독이 자기의 진심을 관객에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그간 저는 노력했지만 전달이 잘 안됐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저뿐 아니라 두 배우가 진심으로 한 점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송)

--두 배우 모두 외모가 출중한데, 혹 원작 캐릭터 이미지와 상충되지는 않나.

▲세상에서 제일 말을 못하는 두 배우와 촬영을 했다(웃음). 사실 두 인물의 첫 만남을 촬영하던 날 굉장히 절망했다. 얼굴 클로즈업을 하는 신이었는데 강동원 씨의 얼굴을 보고 '이 얼굴이 과연 사형수의 얼굴인가' 고민했다. 너무 잘생겼기 때문이다. 그 충격에 한 시간 동안 촬영을 못했는데, 내가 하도 속상해하니까 윤여정 씨가 "이렇게 잘생긴 애가 죽어야지 슬프잖아"라고 얘기해서 큰 위로가 됐다(웃음).

공 작가에게 소설에서 무게를 둔 사형제의 부당성에 대한 부분은 영화에서 크게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아름답게 생긴 한 남자를 어떻게 함으로써,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느끼게 하겠다고 말했다(웃음).(송)

--캐릭터에 비해 너무 잘생겼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촬영 중 모니터를 보면서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내가 '그녀를 믿지 마세요' 촬영할 때만 해도 아무도 나보고 '꽃미남'이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담은 없다. 요즘 교도소 두발이 다소 자유로운데, 그래도 고정관념이라는 게 있으니까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어울릴 것 같아 머리카락은 잘랐다.(강)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처음에는 당연히 돌출되는 신들이 제일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장면들이 육체적으로 힘들긴 했다. 하지만 영화를 찍다보니 매컷이 힘들더라. 마음의 상처나 날이 서 있는 느낌을 놓칠 수가 없었고, '이 영화는 너무 힘든 신이 많구나' 생각했다.(이)

▲살면서 죽을 것 같이 죄송한 적이 없었는데, 극중 내가 죽인 사람의 어머니를 만나 용서를 비는 장면에서는 촬영을 앞두고 막막했고 걱정을 많이 했다.(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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