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사람도 가축도 더위먹었다

입력 2006-08-08 10:37:11

닭 산란율 10% 줄고 폐사율은 늘어

"연일 가마솥더위, 폭염아 날 살려라!."

의성이 경북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최고 더운 도시로 부상했다. 의성은 1일 35.2, 2일 35.7(전국 최고), 3일 36, 4일 37.2(전국 최고), 5일 36.3, 6일 36, 7일 36.3℃ 등 8월 들어 매일 35℃를 넘고, 전국 최고 기온을 2번이나 기록하는 등 '무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예년보다 매일 5℃ 이상 높은 기온으로 인해 일부 양계농가에는 산란율이 급감하고 있으며, 폐사하는 닭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우농가와 양돈농가들은 폭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축사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에서 제일 무더운 곳=의성은 이달들어 낮 기온이 두번이나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2일 35.7, 4일 37.2℃로 가마솥더위를 실감게 했다. 전국이 한 달이상 열대야를 기록한 1994년 7월 22일에는 38.5℃까지 치솟은 적도 있지만, 올 여름 더위도 그때와 만만찮다는 게 기상관계자의 설명이다.

안동기상대 의성기상관측소는 "의성지역 지형이 전형적인 분지형태를 이루고 있어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분지인 의성지역 상공에 머무르고 있어 타지역 보다 더 더운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윤일희(지구과학교육학과) 교수는 "의성은 대구와 같이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라며 "그러나 그 외는 특별하게 더 무더운 이유는 찾기가 힘들어 각종 자료를 자세히 분석해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위때문에 피해도 잇따라=의성지역 축산농가에 따르면 지난 달 말부터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농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산란율이 10% 정도 감소했으며, 폐사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성 가음면 의성축산(대표 박성수)의 경우 평소 30만 마리의 닭이 하루 27만 개의 계란을 생산했으나,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25만개로 줄어들었다. 박성수(51) 대표는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첨단시설을 설치했지만 무더위로 닭이 사료를 잘 먹지 않아 계란 생산량이 크게 줄었고 폐사하는 닭도 적지 않다."며 "계란 생산량 감소와 폐사는 무더위와 연관된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폭염에 비상이 걸리기는 한우, 양돈농가도 마찬가지. 한우농가들은 축사에 선풍기를 동원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무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그러나 한우농가의 경우 최근 축사 밑바닥에 깔아주는 왕겨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축사 안이 마치 갯벌을 방불케해 또 다른 질병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국한우협회 김홍길(47) 의성군 지부장은 "최근 축사 밑바닥에 깔아주는 왕겨가 태부족, 소들이 쏟아내는 축분을 감당하지 못해 농가들이 무더위와 왕겨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돈농가는 조금 나은 편. 양돈농가들은 무더위에 대비 사전에 비타민과 영양제 등을 투입한 탓에 아직까지 큰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행정기관의 설명이다.

의성군 손철규 축산행정담당은 "무더위가 일주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다행이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 폐사율은 나은 편"이라면서도 "무더위가 계속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사일도 못해요=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과수원 등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사과농들은 대부분 오전 4시에 일어나 10시 전후까지 일을 하고 오후에는 대부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사과농 권영준(49·의성 옥산면 감계리) 씨는 "요즘 같이 무더위에는 웃돈을 더 줘도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며 "아오리 수확과 부사의 마지막 열매솎기 등은 가족끼리 오전 5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전 10시 전후에 일을 모두 마친다."고 했다.

하지만 고추밭에는 체감 기온이 무려 40℃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수확을 하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 이는 수확을 미룰 경우 꼭지가 빠지는 등 상품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

고추농 유상현(36·의성 옥산면 신계2리) 씨는 "푹푹찌는 무더위에 누가 남의 밭에서 일을 할려고 하겠느냐."며 "일손을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소나기라도 내리는 날에는 홍고추 수확은 끝이여서 더운 날씨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농촌의 현실."이라고 했다.

◇계곡에는 인산인해=반면 계곡 곳곳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과, 얼음이 어는 빙혈,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 등으로 경북 팔경의 하나로 불리는 빙계계곡에는 폭염을 피해 수천 명의 피서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홍종선 춘산면장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난 달 말부터 하루 피서객들이 수천 명에 달하고 있다."며"빙계계곡이 경북의 주요 피서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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