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정책, 고민만 깊어지나?

입력 2006-08-08 09:12:27

8일(한국시간 9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한·미 통화정책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물지표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지만, 고유가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또한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리를 동결하면 인플레이션을 방치한다는 비난을, 금리를 인상하면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어려운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미 FOMC, 동결에 무게 두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8일(현지시간) FOMC에서 장장 2년에 걸친 금리인상 행진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확한 예측은 아무도 할 수 없지만, 지난 주 발표된 통계들이 미국경제가 전반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5%에 그쳐 1분기(1~3월) 5.6%에 비해 급락했고, 벌써부터 경기침체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7월 실업률 역시 4.8%로 높게 나왔다.

이로 인해 FRB가 경기를 고려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쯤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물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육박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17번 째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금리를 올리느냐, 마느냐." FRB 버냉키 의장의 결정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 "어찌하오리까?"= 딜레마에 빠진 것은 FOMC나 금융통화위원회나 마찬가지. 일본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이 3일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등 국제적 금리인상 흐름으로 볼 때,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맞지만 우리 경제지표가 좋지 않아 결정에 어려움이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선행지수가 다섯 달 째 하락함으로써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 되고 있고, 한국은행의 7월 제조업 실사지수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고소득층의 소비심리마저 기준치를 밑도는 어두운 양상이다.

한은은 아직 일시적 경기둔화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이미 경기하강에 진입했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북한 미사일 위기에 이은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및 이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등세도 금통위원들의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물가·부동산·경제지표 어느 하나도 금리를 올릴만한 근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유가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국면을 보이고 있는 지금 콜금리를 올려 놓아야 경기가 확실히 나빠질 때 콜금리를 내리면서 금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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