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똑똑하게)'역사'의 의미와 학습의 의의

입력 2006-08-08 07:20:36

▨ '역사'의 의미

'역사'라는 말은 첫째 기록이라는 의미, 둘째 발전 과정이라는 의미, 셋째 역사서라는 의미, 넷째 하나의 과목으로서의 학문이라는 의미 등 네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역사를 의미하는 영어의 'History'라는 말은 '연구' 내지 '탐구'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유래하여 정보, 이야기 등의 뜻을 갖게 되고 다시 '탐구를 통하여 얻어진 지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History'란 말은 사건의 서술과 이해를 의미하는 '주관적 역사'를 뜻한다. 반면에, 마찬가지로 역사라는 말을 의미하는 독일어의 'Geschichte'라는 말은 사건 등이 '일어나다'라는 뜻의 동사 'geschehen'에서 유래한 말로 일어난 일, 발생한 사건이란 뜻을 갖고 있고, 여기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한 지식과 이야기'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Geschichte'란 말은 사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객관적 역사'를 뜻한다.

헤겔은 그의 저서 '역사철학'에서 역사란 말은 그 말의 주관적인 의미와 객관적인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즉 그는 역사란 사건 그 자체를 의미함과 동시에 그 사건에 관한 기술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기술'이란 말은 단순히 사건을 묘사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건을 주관적으로 해석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내지는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는 뜻이 아니라 저자의 주관과 해석이 담긴 '서술'을 가리킨다.

영국의 역사가인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가가 역사를 정확하게 썼다고 해서 칭찬하는 것은 건축가가 잘 말린 목재를 썼다거나 잘 혼합된 콘크리트를 썼다고 해서 칭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로마 장군 카이사르(시저)가 루비콘이라는 작은 강을 건넜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 된 것은 역사가들이 그것을 역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러한 말들은 '역사'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데, 그 하나는 과거에 관한 지식의 전부가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식의 객관적 사실이 역사가들의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역사적 사건은 과거의 수많은 사실들 중 역사가가 관심을 갖고 탐구를 행했을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이고, 역사에 있어서는 과거의 사실들에 대한 단순한 연대기적인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설명하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 역사 학습의 의의

18세기 영국의 역사가 기본은 그의 저서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역사는 바로 인류의 범행, 우행, 행운의 등기부"라고 말했다. 또한, 인도의 한 속담은 "자기 과거를 설명할 능력이 없는 자는 벌로서 이를 반복하도록 되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역사가 인류의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위하여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1892년 미국 10인위원회의 역사 소위원회는 역사 과목의 학습은 학생들로 하여금 "그들 나라의 일에 건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준비시키는 데 있어서 그 어떤 과목의 학습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이 소위원회는 그 이유로 역사의 학습은 판단력(혹은 비판력)이라는 매우 귀중한 정신적인 힘을 가장 잘 증진시켜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 과거 혹은 과거의 사실들이 현재의 사람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해답은 역시 판단력의 증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판단력이란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를 조망하는 지혜를 의미한다. 그것은 또한 인류가 역사적으로 문명을 보존하고 자신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 왔으며 그러한 일들이 과거에 어떻게 부단히 되풀이되어 왔는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 속에서는 실패가 성공보다 인류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인간이 성공에서 실패로 빠져든 사실도 흔했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을 의미한다. 끝으로, 그것은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진 성공적인 업적들을 바로 보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역사의 학습은 바로 그러한 올바른 판단력을 증진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1892년 미국의 유명한 역사가들과 교사들로 이루어진 역사 과목에 관한 브래들리위원회는 역사의 학습은 학생들로 하여금 △첫째, 그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인간애를 갖게 하는 것 △둘째, 사람들의 기존의 고정관념 및 행위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 △셋째, 사실과 추측간의 차이점을 구별하게 하는 것 △넷째, 역사적 '교훈들'의 남용을 인정하고 그것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등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김진웅(경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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