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닙니다. 어릴 때 즐겁게 쌓은 역사 지식은 성인이 될수록 단단한 상식으로서의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4일 오후 경북대 우당교육관. '학부모교실' 강연을 마친 김진웅(54·사회교육학부) 교수의 얼굴에선 시종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김 교수는 이날 '역사의 의미와 역사과목 학습의 의의'를 주제로 1시간 30분 가량 강연을 했다. 휴가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여 석의 객석이 거의 다 채워져 이번 강연에 대한 학부모들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먼저 역사 과목에 대한 기존 수업방식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역사시간하면 무슨 생각납니까? '태정태세문단세…' 식으로 달달 외운 것 밖에 기억나지 않습니까. 정말 잘못된 거죠."
그는 '역사=암기과목'이라는 오해가 역사 공부에 흥미를 떨어뜨리는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에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있다.
역사 공부도 조기에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더 많은 연도를 외우고 사건을 암기하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주입식은 금물이라고 했다.
"저학년 때는 '생활사'부터 시작하면 좋을 겁니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현대인들과 사고방식은 어떻게 달랐을까?' 식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갖도록 하는 거죠. 정치·외교·법제사 등은 고학년이 돼도 늦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아동용 역사책을 부모가 먼저 읽고 권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
역사공부는 생활 주변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서양사를 전공한 김 교수는 간단한 '관습'의 유래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일례로 우리나라 예식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케'(bouquet)의 기원은 무엇일까.
"옛 서양인들은 목욕을 지극히 하지 않았다고 해요. 부케는 바로 신부 몸에서 나는 냄새를 꽃다발로 지우기 위한 용도로 예식장에 등장했다는 사실, 모르셨죠? 이런 작은 관습 하나도 재미있는 공부꺼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역사과목이 과거를 이해하고 현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등장하는 '역사논술' 도 과거의 역사적인 쟁점을 놓고 현대적인 시각에서 논리적인 비판력을 검증하는 훈련인 셈이다.
이처럼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면 어른이 돼서 올바른 판단력을 가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풍부한 교양도 저절로 얻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문화유적지를 찾아가거나 민속체험을 하는 것도 자녀들이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교육"이라며 "무엇보다 저학년 때 역사과목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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