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소음과 먼지로 피해를 봤다며 시위를 벌이다 '공사 관련 민원 해결'을 약속하고 합의금을 받았는데 이 소문을 들은 다른 주민들도 대거 시위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골치 아픈 '1인 시위' 주민에게 '유사민원 해결'을 전제로 합의금을 주려다가 뜻하지 않은 집단시위에 직면한 건설업체가 아예 합의금을 못 주겠다고 버티자 법원은 합의 당사자인 주민과 건설업체가 절반씩만 권리를 주장하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서울 강북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오모(65) 씨는 가게 옆의 터널 공사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지난해 3월 공사장 진입로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H건설과 "공사 관련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신 3천900만 원을 13개월 동안 나눠 받는다" 는 조건에 합의하고 시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동네에는 '시위를 하면 합의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퍼져 급기야 3개월 뒤 다른 주민 20여 명이 공사장 입구로 몰려와 시위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한 건설사 측은 오 씨에게 "합의서 위반이므로 남은 약정금 3천만 원을 주지 않겠다."고 주장했고 오 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오 씨는 "시위를 중단했으니 약속했던 합의금을 모두 달라"고 주장한 반면 H건설은 "매달 지급하는 300만 원은 단순한 영업손실 보상이나 원고만의 시위 중단을 넘어 다른 주민의 시위까지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주기로 한 약정금"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7단독 민성철 판사는 오 씨가 제기한 약정금 청구소송에 대해 "피고 H건설은 약정금의 50%에서 이미 지급한 금액을 뺀 1천50만 원만 주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원 해결이란 자신의 시위를 중단하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 다른 주민이 농성을 벌였다면 민원 해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오 씨가 당초 약속한 돈을 모두 받을 자격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피고 역시 원고가 지역 주민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오해해 모든 민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합의한 만큼 적절한 합의 상대를 고르지 못한 책임이 있어 당초 약정금의 50%는 지급하도록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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