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영기업기업의 천국 저장성] 원저우의 안경산업

입력 2006-08-07 08:22:56

원저우에는 대구 안경이 있었다.

원저우가 중국 최대의 안경제조기지로 발돋움하는 데는 대구 안경인들의 숨은 기여가 있었다.

대구의 특화산업이었던 안경산업은 21세기 들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하나둘씩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지역 안경업체들이 집단적으로 안경기지로 삼아 정착한 곳이 원저우. 1997년 가장 먼저 원저우에 도금공장을 차린 태영호(太永昊) 사장은 "원저우에 온 한국 안경업체들은 모두 대구에서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두 사람이 먼저 원저우에 왔다가 하청업체 등 관련 기업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그래선지 원저우에 진출한 한국사람들의 모임인 원저우 한국상회는 대구 안경업체들이 주축이었다. 정희정 회장과 권혁준 사무국장 등이 대구 출신이다. 한국 안경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20002년 이후 대구 안경업체들은 속속 원저우로 진출하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안경제조 및 도금공장이 있고 20여 개의 무역업체까지 진출했다. 중국 원저우에서 대구 안경업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2년 전 원저우에 진출한 J.K광학의 김경환(金京桓) 사장은 "중국 업체들과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어느 정도 메리트는 있지만 가격을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며 현지 사정을 밝혔다. 사실 원저우는 산둥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인건비가 20% 이상 비싸고 공장 부지도 좁아 투자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

대구 안경산업이 원저우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은 "안경제조에 관한 한 두세 단계 앞서있는 기술력 때문"이라고 김 사장은 말한다. 그는 "원저우가 중국 최대의 안경제조기지라고 하지만 안경의 스탠더드를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원저우의 안경 수준은 외국 유명 브랜드를 복제한 카피제품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출신 안경업체들은 값싼 원저우산 부품을 수입, 대구에서 고급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대구 안경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 7월 26일부터 나흘간 원저우에서는 2006년 중국국제안경 전시회가 열렸다. 원저우는 이같은 방식으로 안경산업의 수준을 높이고 진화하고 있었다.

한편 원저우에 진출한 한국사람들은 안경과 더불어 신발산업에도 종사하고 있다. 신발은 대부분 부산에서 왔다. 한중수교를 전후한 시기에 칭다오(靑島)로 몰렸던 부산 신발업체들이 다시 보따리를 싸서 정착한 곳이 원저우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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