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기록 갈아치우는 '괴물' 볼까? 말까?

입력 2006-08-02 07:02:17

예매율 95%이상, 전국 스크린의 약 40%에 해당하는 620개 역대 최다 스크린 개봉…. 한국영화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영 중인 '괴물'. 칸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면서 일찌감치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던 '괴물'이 그 모습을 드러내자 '역시!'라는 반응과 함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실망감을 표시하는 관객들도 있다.

입소문으로 떠도는 '괴물'의 위력, 직접 보기 전에 확인하자. 괴물, 볼까? 말까?

=볼까?

▷ 괴물, 역시 토종 괴물!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괴물은 에어리언, 아나콘다 등 할리우드 괴물과는 달리 한국적이다. 생긴 모습도 그러하지만 한강에서 살아가기 안성맞춤의 덩치다. 연꽃을 연상케 하는 입, 한강 다리 난간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긴 꼬리 등은 한국 지형에서 변형된 괴물의 모습이다.

하지만 괴물의 완성도 만큼은 할리우드 괴물 못지 않다. 총 제작비 11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특수효과에 쏟아부었고 '킹콩', '해리포터' 특수효과팀이 합류한 만큼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들 보기에도 손색이 없다.

▷ 연기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모두 색깔있는 연기자들이지만 이들이 모여 소시민 가족 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조연에 머물던 변희봉의 연기 변신이 빛난다. 특히 괴물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괴물 가까이 다가가지만 총알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후 변희봉의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일순간 모든 것을 체념하며 아들에게 멀리 도망가라고 손짓을 보내는 변희봉은 삶의 마지막 한 순간을 보여주는 연기의 관록을 선보인다.

송강호는 가장으로서는 부족하지만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 익숙한 공간, 낯설게 만들기

진정한 공포는 익숙한 공간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한강을 무대로 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한강은 너무나 낯설다. 그 공간은 친숙해서 오히려 기괴하다. 일상생활 공간의 이면을 드러내며 친근한 한강을 공포의 공간으로 바꿔놓는 감독의 솜씨는 탁월하다.

=말까?

▶ 힘 잃은 블랙 코미디

합동 분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과 미국 요원에게 잡혀 있는 강두의 모습 등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보다는 돌출되는 느낌이다. 이런 웃음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주던 촌철살인의 블랙코미디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 2% 부족한 괴물

마지막 괴물이 죽는 장면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완벽하지 못해 괴물과 화염이 동떨어지게 표현됐다.

또 관객을 줄곧 몰입시키던 이야기의 속도감은 마지막으로 치달아가면서 조금씩 느슨해진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야기 전개상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정부는 물론 미국까지 개입하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괴물을 잡으려 하기보다 시민들을 통제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괴물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은 결국 강두의 가족 밖엔 없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인 느낌.

강두를 처음부터 정신이상자로 상대하는 모든 경찰과 언론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발신자 추적장치로 현서의 생존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강두의 말을 외면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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