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주거 혁명중]⑤日치바시 미나미나카노 단지

입력 2006-08-02 07:19:00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 최대 지상과제는 '용적률'이다. 건축법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업 이익'과 직결되는 용적률 확보를 우선시하고 다음에 방향과 조망권 등을 고려하게 된다.

시야가 답답해지는 일자형의 판상형 구조나 'ㅁ'자형 동 배치 단지 모두 '용적률'을 우선시하는 공급자 중심의 한국 실정에 맞게 등장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용적률이나 조망권 못지 않게 친환경을 중시하는 선진국에서는 단지 설계때 바람과 태양열 등 자연 에너지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⑤ 日 치바시 미나미나카노 단지

"설계를 할 때 일조권과 바람길을 우선 고려해 단지를 배치했습니다."

도쿄에서 지하철로 40분 가량 거리에 위치한 치바(千葉)현 치바시 오미야구에 위치한 '미나미나카노' 친환경 단지. 일본 유력 건설사 중 하나인 타세이(大成)건설회사가 일본 전력연구소 사원 주택으로 2000년 완공한 이곳은 설계때 부터 '자연'을 최대한 고려해 지어진 저층 고밀도 아파트 단지다.

타세이건설 설계본부 야마다 타츠유키 이사는 "민영 아파트로는 처음 시공하는 친환경 단지인만큼 본 시공 전 몇달 동안 지표수 흐름과 풍향 조사를 했다."며 "겨울 북서풍은 단지 외벽을 타고 빠져나가고 여름 남풍은 단지로 유입되도록 기본 설계를 했다."고 말했다.

자연에 역행하는 댓가로 난방과 냉방에 비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일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자연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했다는 것이 야마다 씨의 설명.

지진이 많은 일본 특성상 기본 자재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있지만 미나미나카노 단지는 곳곳에 '친환경 철학'이 녹아있다. 단지에 들어서면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단지 외벽을 둘러싸고 있는 담쟁이 덩쿨. 5층 아파트 옥상까지 쇠줄을 타고 올라가 있는 담쟁이는 보기에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외벽 표면 온도를 최대 7도까지 낮추는 효과를 갖고 있다.

"풍향 등을 고려한 설계와 외벽 녹화 등으로만 에너지 소비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밝힌 야마다 씨는 "옥상에도 잔디를 입혀 녹화했고 실외 공간에는 실개천과 생태 연못, 주차장에는 잔디 블럭을 깔아 여름철 지표 온도를 낮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실내 구조에서도 자연 채광과 통풍을 중요시했다. 통풍을 위해 층고를 3m 이상 높이로 하고 실내 대류를 위해 곳곳에 창을 배치했으며 각 방문 상층부와 마루 바닥에 별도의 통풍구를 만들어 놓고 있다.

또 처마 역할을 하는 차양막을 유리창 위에 설치하고 축열과 온수 저장 장치를 채택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실내 설비 설계를 담당했던 고바야시 히카루 박사는 "자연환기로 부족한 부분은 인공 환기시스템을 적용해 2시간마다 한차례씩 집 내부 전체 공기가 외부와 순환하도록 했다."며 "현재 에너지 소비량이 기존 주택에 비해 30% 이상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나미나카노' 단지는 퇴비 기계를 설치, 단지내에서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 전량을 퇴비로 만들어 단지내 조경에 재활용하고 있으며 시공전부터 심어져 있던 나무를 그대로 조경수로 활용하는 등 친환경 단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야마다 씨는 "건물 준공 후 단지 내에 서식하는 조류가 2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고 그만큼 주거환경도 좋아졌다."며 "지속 가능한 건물이 될 수 있도록 구조물을 튼튼하게 만들었으며 벽체도 주민들의 취향에 따라 바뀔 수 있도록 가변형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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