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재개발 전쟁' 재발…난개발 우려

입력 2006-07-31 10:39:00

대구 동네마다 또 '재개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구시 재건축·재개발 기본계획 고시 발표 이후 동네마다 '개발 주도권'을 둘러싼 '추진위원회' 갈등이 거듭되고 있고, 각종 이권을 노린 재개발 업체까지 가세해 '동네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대구시가 지난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2003년 7월 개정된 '도시환경 및 주거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지난달 지정한 지역내 재건축·재개발 지역은 225곳으로 고시 이후 '재개발 추진위원회' 승인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내 신청 건수는 모두 51건으로 남구 이천동, 봉덕동, 대명동 일대 19곳을 비롯 ▷중구 남산동, 삼덕동, 동인동, 대봉동 일대 13곳 ▷서구 원대·내당·평리·비산동 일대 8곳 ▷달서구 두류·상인·본리동 일대 5곳 ▷수성구 파동, 황금동, 북구 칠성동, 노원동, 동구 신암동 각 2곳 등이다.

추진위 승인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지난달 기본 계획이 발표된 것도 원인이지만 내달 25일부터는 추진위가 아닌 조합 설립 이후에만 시공사 선정이 가능토록 도정법이 개정됨에 따라 서둘러 추진위 구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위원회 신청 과정에서 주민들간 다툼이 속출하고 있다.

'도정법'이 재개발 단지마다 하나씩의 추진위원회만 두도록 한 탓에 추진위 승인 요건인 주민 2분의 1이상 동의를 먼저 맞추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 추진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으며 재개발 이권을 노린 정비 전문 관리업체들(정비업체)까지 개입해 주민 갈등과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도정법 개정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정비업체들은 재개발 주민들과 시공사를 이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컨설팅 회사들. 현재 대구에서는 30곳의 토종업체들과 부산 등 외지업체 10여 곳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한 달 넘게 부산업체 1곳과 대구업체 2곳이 서로 다른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삼덕동 한 재개발지구 주민들은 "3개 회사별로 주민들끼리 패가 갈려 하루도 빠짐없이 이웃 주민들의 동의서를 구하러 다니는 통에 바람 잘 날 없었다."며 "대구 업체가 최종 승리했지만 주민들간 갈등은 여전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중구 서성동·동인동, 남구 대명동 등 재개발 동네들도 외지업체들과 토종업체들의 준비위원회가 충돌, 똑같은 주민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대구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먼저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정비업체가 있는데도 부산 등 외지업체가 뒤늦게 치고 들어와 훨씬 싼 수수료로 다른 주민들을 '회유'하고 있다."며 "낮은 수수료를 만회하려면 시공사 및 철거, 새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고질적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비업체들의 과열경쟁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동네 주민들은 미분양 사태가 잇따르는 대구 아파트시장 현실에서 정비업체들이 들어와 봤자 사업 추진조차 못하거나, 중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남산동 고시지구 한 주민은 "개발이 물거품되면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이 느낄 상실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등 일부 시·도는 추진위의 무분별한 시공사 선정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정법 개정 이전이라도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을 무효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재협·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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