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화두를 붙들고 끊임없이 자기를 반추한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아, 바로 이거였구나'라고 봇물이 터지듯 머리속이 깨끗해져 오는 환희를 경험한다. 바로 '법열'의 순간이다. 그 깨달음의 기쁨에 눈물이 흘러내리며 타오르던 가슴을 씻어내리기도 한다.
'법열'에 대한 궁금함을 해결하러 폭우가 쏟아지는 동화사를 찾았다. "학승, 선승들도 많은데 어찌 제가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한사코 손사레를 치던 각정(覺靜'동화사 교무국장) 스님은 "그러면 일반적인 이야기만을 들려주겠다."며 차 한잔을 놓고 기자와 마주앉았다.
"법열을 굳이 어렵게 생각할 게 뭐 있겠습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인생길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그 순간의 '알았다'는 기쁨이 바로 법열이지요."
호기심에 각정 스님에게 "스님은 어떤 깨달음의 순간에 '법열'을 느끼셨나?"라고 질문을 했더니 한참을 주저했다.
"20대에 범어사에서 출가해 양산 통도사에서 공부를 하고 이 절 저 절을 떠돌았습니다. 외로움도 느꼈고,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던 중 동화사에서 수행을 하다 잠시 나와 하늘을 봤는데 '내 있는 곳이 고향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그것이 제가 평생을 동화사에 머물고 있는 까닭입니다. 작은 깨달음이지만 저에게 힘이 되어준 순간의 기쁨이었지요."
사실 불가에서는 '법열'에 대해 서로 묻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돼 있다고 한다. 남의 깨달음을 하찮게 여기기도 하고, 남을 흉내내 마치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행승이 아니더라도 불심이 깊은 불자나, 오랜 명상 수행을 한 사람, 기를 수행하는 사람 등도 '법열'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묻는 것은 바로 분별심 때문입니다. 따질 필요가 있나요. 깨달음을 얻는데는 어떤 방법을 통하는 겉모습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것입니다. 깨달음에 우열을 정할수도 없는 일이지요. 큰 깨달음은 얻기는 불가의 수행승들도 어려운 일이지만, 작은 깨달음으로 인생을 바꿀수도 있는 일입니다. 지금이라도 30분만 눈을 감고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그러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나도 알지못했던 어떤 깨달음이 머릿속을 환하게 비출 것입니다."
사진 : 화두를 잡고 수행중인 스님들. 인터뷰조차도 손사레를 치는 각정 스님에게는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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