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산업밸리' 타 시도에 뺏기나?

입력 2006-07-26 10:27:58

석달째 '감감 무소식'

조해녕 전 대구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안전산업밸리(SIV)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 정부 여당의 약속 미이행, 대구시의 새 시장 취임 이후 사업순위 뒤로 미루기와 정치권 눈치보기 탓이다. 이틈에 강원도와 경남, 부산 등지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나서 기껏 대구가 먼저 기획한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를 타 시도가 갖고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지지부진한 추진 현황=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는 잇단 지하철 사고와 서문시장 화재 등으로 '사고 도시'란 오명을 쓰고 있는 대구를 안전과 생명의 메카로 거듭나게 한다는 목표로 50여만 평 부지에 5천600억 원을 들여 200여 개의 안전산업 관련 업체와 연구소 등을 집적시킨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조 전 시장은 이를 위해 지난 4월 12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방문해 국비 지원을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고,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5월 2일 대구를 방문해 기본계획 용역비 2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나자 정 장관도 산자부 실무진에게 "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검토해보겠다고 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한 발 빼는 모습이다. 이 바람에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는 한 발짝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지근한 대구시=대구시의 새로운 선장이 된 김범일 대구시장은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 전 시장이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정부 여당에 지원을 요청한 마당이라 '열린우리당의 선거용 프로젝트'라고 오해했을 수 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된 터여서 별로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 대구시 고위 간부는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에 대한 김 시장의 이러한 의중을 읽고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바람에 산자부 실무진 사이에는 "시장이 바뀐 뒤 대구시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들은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산 확보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은 마당이어서 차라리 홀가분해하는 분위기다.

◆정부 여당에 통로가 없다=정세균 산자부 장관이 한 발 빼자 정부 여당의 통로가 사라졌다. 청와대와 총리실, 각 부처, 여당에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대구·경북의 가장 강력한 통로인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도 관심이 없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 사무부총장을 지낸 김태일 대구시장위원장이 유일하게 열의를 보이고 있으나 현재로선 추진력이 약하다. 김 위원장은 "정 장관을 만나 다시 한 번 예산 확보에 대해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집권 여당의 전 의장이 관심을 표명했고, 정 장관이 희망적 메시지를 던진 터라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미지수다.

◆타 시도에 뺏기나?=강원도가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와 유사한 방재산업테크노밸리 프로젝트를 성안, 산자부에 예산을 신청했다. 마침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뒤라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경남은 마산을 방재도시로 선포한 뒤 대구시가 주최하고 있는 소방방재엑스포를 격년으로 나눠 개최하자고 요청했다. 충북은 학계를 중심으로 방재산업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여기다 부산은 정보통신 유비쿼터스 도시를 만든다며 텔레메트릭스 프로젝트를 추진, 도시를 방재 네트워크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시도의 프로젝트는 대구시의 안전산업밸리 프로젝트와 완전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대구시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지만 다른 시도가 유사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경우 대구시의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하기는 쉽지 않게 된다. 결국 대구시의 프로젝트를 타 시도에 뺏기는 셈이 된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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