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청도 운문사 여행

입력 2006-07-26 07:24:08

"한국 절에는 사람의 영혼을 다스리는 신비한 기운이 감돌아요."

매일신문 주말취재팀과 함께 떠난 경북 청도 운문사 여행. 중국 산동성 칭따오(靑島)에서 가까운 옌타이에서 온 린 더 구앙(46.임덕광), 손 리강(29.손입강) 두 중국인은 절 경내를 돌아보며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몇 겹으로 감싸안은 산 속, 평탄하고 고요한 곳에 자리잡은 운문사. 말 그대로 구름문에 들어선 듯 영험한 기운이 감돌며 거친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는 듯 했다.

비구니(여자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기도 해 신비로움이 한층 더 했다. 이곳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먼 발치에서 이들이 오고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구앙 씨는 운문사 내 천연기념물인 처진 소나무(500년 수령)에 관심이 많았다. 나무 전체가 미치는 범위가 사방 50평에 이르며 나무 몸통에서 마치 용이 주리를 틀고 나오는 듯한 수많은 가지들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던 것. 그는 "이 소나무가 1년에 막걸리를 24말이나 먹는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며 "아직도 5백 년은 더 살 수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함께 간 박윤제(56) 청도군 문화유산해설사의 불교문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지자 둘은 한국 불교의 심오한 기운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자식이 잘 되도록 비는 곳이라는 관음전(觀音殿). '남순동자 불문문, 백의관음 무설설'이라는 입구 현판에 새겨진 글씨를 보며 '부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덕을 쌓고 모범을 보여야 뱃속에서부터 자식이 보고 배운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리강 씨는 박 해설사에게 대뜸 "정말 귀신이라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박 해설사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업보, 극락, 지옥 등은 인간의 육체와 혼을 분리해 설명한 것으로 당연이 있다."고 답했다. 또 "명부전에 가면 송재대왕이라는 분이 모든 사람의 선과 악을 기록해두고 5번째에 위치한 염라대왕이 벌을 내린다."고 덧붙였다. 둘은 이내 "중국에도 혼령이 있고 강시라는 귀신이 있다."고 동의했다.

극락교 아래로 흐리는 계곡 '약야계'에 위치한 오백전(五百殿)에 이르자 신기함은 극에 달했다. 부처님의 오백명 제자들을 모신 오백나한상들의 모양이 제각각 기묘하고 신비로웠던 것. 특히 인도, 중국에서 온 제자들부터 한국, 일본인을 닯은 제자까지 인종, 국가별로 다양했으며 연령대도 천차만별이라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리강 씨는 "어떤 제자는 아프리카에서 왔는지 피부가 검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퍼지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쪽을 바라보고 또 놀랐다. 산중턱 기암 아래에 위치한 북대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는데 스님들이 조용히 도를 닦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중국에도 현등사라는 절이 산등성이 바위 밑에 있지만 자연 경치는 북대암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고 했다.

경내 구경을 마치고 자연 휴식년제(10년)로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운문사 내 감로천(甘露泉)에서 마신 물 한잔은 온 몸에 생기를 돌게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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