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여성들의 반란. 세 여자가 1박2일 여행을 의뢰해왔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오랫만에 자기들만의 여행을 꿈꿨다. 매일신문 여행팀에서 머리를 싸맸다. 여행전문가들에게 자문도 했다. 최종목적지는 평균해발 700m인 강원도 평창. 대구에서 먼 거리인 만큼 일정은 느슨하게 잡았다. 삼양대관령목장(http://www.happygreen.net) 내의 콘도형 숙박시설인 숲속산장에서 1박을 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봉평 이효석문학관과 허브나라(http://www.herbnara.com) 등을 둘러보는 코스. 최진순(44)·김명애(45)·박윤경(45) 씨 등 셋이 떠나는 유쾌한 일탈을 따라가 본다.
⊙첫째날
▷08:30 아침 일찍 서둘렀다. 거리가 멀어 쉬엄쉬엄 가는 편이 낫기 때문. 소요시간은 삼양대관령목장까지 승용차로 4시간을 잡았다. 운전은 교대로 해서 생각보다 피곤하지는 않은 편.
▷12:30 중앙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횡계IC까지 도착. 사전에 충분히 찾아가는 길에 대해 설명을 들은 터라 별 어려움은 없었다. 점심식사는 횡계에서 해결하는 편이 낫다. 메뉴는 매일신문 여행팀이 추천해준 황태해장국(5천원)과 황태구이. 겨울이면 이곳은 황태덕장으로도 유명하다. 셋의 음식 평은 똑같다. "속풀이 용으로 딱 좋겠네요."
▷2:00 삼양대관령목장에 도착해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부엌과 방 두 개가 딸려있어 셋이서 밤새 수다를 떨기엔 그만이다. 전망도 탁 트인 편.
▷14:30 셋의 눈길을 잡은 건 목장 입구에 자리잡은 ATV(흔히 4륜 오토바이로 부르는 산악 오토바이). 최진순 씨가 "재미있겠다."며 타보자고 제안했지만 나머지 둘은 자신이 없는 표정이다. 일단 헬멧과 무릅보호대 등 장비는 갖춰보지만 두려움이 가시진 않는다. 교육도중 둘은 포기. 최씨도 연습코스를 몇바퀴 돌고는 이내 포기했다. 혼자만 탈 수는 없기 때문. 사정을 이야기하고 비용(목장 정상인 동해전망대를 올랐다 오는 1시간 코스 1인당 3만2천원)을 환불받았다.
▷14:50 ATV 대신 승용차로 목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강릉앞바다가 보이는 동해전망대까지 비포장 길이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좋지않다. 날이 흐려서 구름이 시야를 가렸다. 그래도 푸른 초원을 보며 눈을 씻고 마음을 씻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멀리 목장의 끄트머리인 소황병산을 배경으로 그 아래로 초록카펫이 죽 이어져있다. 이곳에선 가만 서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속이 다 후련하다.
셋은 무엇이 그리 즐거울까. 풀밭을 뛰어다니며 웃다가, 수다를 떨다가…. 영락없는 소녀들이다. 둘은 박윤경 씨에게 노래를 청했다. 가곡발표회까지 한 박 씨는 스스럼없이 없다. 목장내 다른 여행객들이 있든 말든.
▷17:05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 준서의 집이었던 별장민박 옆 계곡. 발을 담그고 있으면 온 몸이 차다. 시원한 계곡물에 스트레스를 씻어냈다.
▷18:50 숙소 앞 바비큐 장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저녁은 삼겹살. 대구의 와인전문점에서 돼지고기에 어울리는 와인을 사왔다. 숯불을 피우는데는 목장 내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준비를 마치자 때맞춰 비까지 내린다. 분위기 만점. 박윤경 씨가 분위기를 돋운다. "빗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먹는 와인과 삼겹살이 이렇게 기막힐 수 없네요."
⊙둘째날
▷08:00 느즈막히 일어났다. 삼양대관령목장에서의 하루는 끝. 이젠 봉평으로 떠날 차례다. 식사를 해결하고 출발준비를 마친 시간은 오전 9시30분. 다시 횡계IC를 거쳐 장평IC에서 내렸다. 메밀꽃으로 유명한 봉평은 이곳서 가깝다. 제철이 아닌 게 아쉬울 뿐. 이곳 메밀꽃의 장관을 보려면 8월말이 제철이다. 9월초면 효석문화제와 함께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8월말에 다시 올까?" 김명애 씨의 제안이지만 모두 쉽게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장담할 수 없기 때문.
▷10:55 메밀꽃은 보지못하더라도 이효석문학관을 빠트릴 수 없다. 가산 이효석은 고향인 이곳의 메밀꽃밭을 떠올리며 그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완성시켰다. 효석문화마을 입구 남안교 옆 섶다리를 건너면 물레방앗간. 이곳을 지나 산중턱으로 난 오솔길을 오르면 이효석문학관이다. '문학소녀'인 박윤경 씨는 신이 났다. 사진을 찍고 팜플렛을 모으고….
하지만 문학관에서 가까운 이효석 생가터를 찾은 박 씨는 시큰둥하다. 생가 옆에 대형음식점이 자리잡고 상대적으로 생가는 더 초라해졌기 때문이다.
▷13:20 점심식사는 당연히 메밀국수와 메밀전. 이곳 거의 모든 식당에서 메밀음식을 낸다. 메밀국수와 메밀묵을 시켰다. 잘 먹지 못하는 동동주 한잔도 곁들였다.
▷14:40 메밀꽃과는 딴판인 인근의 꽃밭을 찾았다. 허브나라. 흥정계곡을 따라 승용차로 10여분 들어가면 된다. 100여종의 허브를 키우는 농원으로 허브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과 차를 맛볼 수 있다. 허브정원, 어린이 정원, 향기정원 등 7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농원을 돌아보면서 셋은 동화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최진순 씨는 허브에 완전히 매료된 표정.
▷15:40 허브향기에 머리가 맑아졌다. "딱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중년의 세 여성.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소득은 크다. 탁 트인 초원에서 마음을 씻고 갖가지 향의 허브로 온몸을 씻어냈다. 밤새워 수다도 떨었다. 아쉽지만 40대 중반 여성들의 '우리들만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