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딛고 지옥의 레이스 우승

입력 2006-07-25 09:14:49

'투르 드 프랑스' 美 플로이드 랜디스

플로이드 랜디스(31·미국)가 고관절이 썩어 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2006 투르 드 프랑스 정상에 올랐다. 랜디스는 24일 프랑스 소 안토니-파리 샹젤리제에서 펼쳐진 제20구간 154.5km를 3시간57분에 주파해 합계 89시간39분30초를 기록, 오스카 페레이로(스페인)를 57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 3주 동안 3천657.1km에 걸친 지옥의 레이스를 끝냈다.

랜디스는 2006 투르 드 프랑스 도중 자신이 엉덩이 부상 속에 레이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사이클계를 놀라게 했다. 그가 앓고 있는 '대퇴골두 괴사'는 3년 전 주행 훈련 도중 오른쪽 엉덩이뼈가 부러지면서 수술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아 생긴 병으로 고관절이 서서히 썩고 있다. 다리를 굽히는 것 조차 고통스럽고 신발도 신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랜디스는 이를 극복, 3천657.1km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우승까지 해 팬들을 놀라고 감동에 젖게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카운티에서 태어난 랜디스는 투철한 신앙과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개신교의 한 종파인 메노파(Mannonite)공동체에서 자랐다.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그의 집에는 TV도 없었다.

부모는 아들이 스포츠에 매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랜디스는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와 자전거를 타기도 했다. 랜디스가 우승하는 순간에도 그의 부모는 교회 예배에 참석중이었다. 메노파 교인들은 개인적인 성취에 매달리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우승이 아니라 그가 얻은 명성과 부를 어떻게 쓰느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련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의 드라마를 만든 랜디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다. 수술을 받은 뒤 내년에 꼭 다시 돌아와 옐로 저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랜디스가 우승한 투르 드 프랑스는 뜨거운 태양 아래 피레네.알프스의 험난한 산악도 넘어야 하고 3천km가 넘는 거리를 3주 동안 주행해야하는 '죽음의 레이스'.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힘든 경기라 103년의 역사 동안 레이스 도중 3명이 죽기도 했다.

토미 심슨(영국)은 1967년 질식사했고 프란세스코 세페다(스페인)는 1935년 절벽에서 추락사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사이클 금메달리스트 파비오 카사르텔리(이탈리아)는 1995년 피레네 산맥의 내리막길에서 다른 선수들과 충돌해 죽었다.

사망 외에 부상으로 중도에 탈락하거나 다시 못 뛰게 된 경우는 부지기수였으나 투혼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가슴을 찌릿하게 하는 감동을 주기 때문에 전세계 사이클 팬들은 투르 드 프랑스에 열광한다.랜스 암스트롱(미국)은 1996년 고환암 수술을 받고 1999년부터 이 대회를 7연패하는 전무후무한 신화를 만들었고 그렉 르몽드(미국)는 사냥 중 사고로 몸에 탄환이 박힌 채 1998년 대회에서 대회 사상 가장 작은 8초 차로 마지막날 승부를 뒤집는 역전극을 펼쳐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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