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으로 개인 용달업을 하는 이우팔(50·북구 복현동) 씨는 요즘 운전대를 잡으면 한숨부터 난다. 경유값이 6개 월만에 10%나 뛴 탓.
"부산을 기준으로 1건 운송에 나서면 11만 원을 손에 쥐는데 기름값이 전체 운임의 40%, 고속도로 통행료가 10%를 차지한다."며 "연료비가 3년전에 비해 1만5천 원~2만 원 가량 더 든다."고 하소연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반나절을 쏟아부어도 이 씨 손에는 5만 5천 원이 쥐어지는 셈. 여기에 식대와 잡비를 빼고 나면 하루 종일 일한 이 씨 손에는 고작 4만 몇 천 원이 겨우 남는다.
지난 해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은 아직 직장을 못찾았고 대학생인 작은 딸의 등록금은 해마다 10% 가까이 올랐다. 온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또 졸라매도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이 씨는 "노후 대책은 커녕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며 "갈수록 형편은 나빠지는데 정부는 탁상공론만 하며 기름값을 올려대니 정말 속이 터지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민들이 '세금폭탄'에 울고 있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경유값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더욱이 경유가격 상승에 따라 대중교통 요금이 들먹거리고, 공공요금도 일제히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세금이 모든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
정부는 에너지 세재 개편안에 따라 경유에 매기는 세금을 인상했다. 대구지역 주유소들의 7월 셋째 주 ℓ당 평균 경유 판매가는 1천300원.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1297.80원)은 경유에 대한 탄력세율 인상 이후 3주째 사상 최고치를 넘어 휘발유가격(1544.70원)의 84%까지 올라왔다.
이는 정부의 올 목표치인 휘발유 대비 경유가격 비율인 100대 80을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2007년(85%) 목표치를 1년 가량 앞서 달성하고 있는 것. 매주 대구 기름값을 점검하는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국내에 원유가 들어온 뒤 최고 값"이라며 "정부가 지난 1일부터 경유 세금을 ℓ당 52원씩나 폭등시킨 탓"이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이오식 지부장은 "운임은 10년째 별 변동이 없는데 기름값은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다."고 발끈했다.
25t 화물 기준으로 서울~포항을 왕복하는데 필요한 경유는 평균 300ℓ. ℓ당 50원이 오르면 1만 5천 원이나 경유값이 더 들고 한달 최대 13번을 운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19만 5천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
화물업계는 그나마 유가보조금이라도 있지만 정부 지원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소형트럭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일, 채소 트럭 행상으로 세 식구 생계를 꾸려가는 이모(38) 씨는 "경기는 자꾸 나빠져 과일 사가는 사람이 갈수록 주는데 기어코 경유값을 올리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휘발유, 경유, LPG값을 평준화 하기 위해서라는데, 서민들을 배려해 경유 값을 고정하고 휘발유 가격을 낮추면 안되느냐."고 하소연했다.
경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철도요금과 고속버스 요금도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는 철도요금 평균 7.3%, 시외버스 18.14%, 고속버스 8.65% 인상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렇게 되면 시외버스 요금은 현재 1km에 83원에서 98원, 우등고속은 72원에서 78원으로 오르게 된다. 서울~대구의 우등고속 요금이 2만 100원에서 2만 2천 원으로 오르는 셈. 게다가 올 9월에는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통합 요금제' 도입과 함께 100~200원 인상될 예정이다.
매일 대구에서 경북 영천까지 통근 열차를 이용한다는 박소연(26·경북 영천) 씨는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탓에 3개월 전 승용차를 처분,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열차 요금까지 오른다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발을 아예 묶겠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또한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농협 등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을 올 연말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에 1인당 2천만 원 이하의 예금을 한 서민들도 내년 5%, 2008년에는 9%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거두는 지방세도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 초쯤 상·하수도 요금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현재 t당 456원인 상수도 요금을 2007년 1월 1일자로 10%쯤 올릴 방침이다. 현재 상수도 요금의 원가가 t당 528원(현실화율 86.5%)에 그쳐 15.64%의 인상요인이 있다는 것. 시는 현재 t당 268원인 하수도요금 역시 10~18% 수준에서 인상할 예정이다.
각 구·군별로 징수하는 정화조 청소수수료로 오를 전망이다. 대구시가 사상 처음으로 올 2월 실시한 정화조 청소 적정 요금 산정 용역결과에 따르면 각 구별로 4~23% 가량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의 경우 현행 기존 0.75㎥당 1만 3천920원에서 1만 5천469원으로 10.8% 인상 요인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각 구군은 조만간 수수료를 올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 손영호(54) 씨는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상·하수도 요금에 정화조 청소 요금까지 올리면 서민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목청을 높였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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