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그 4전 전패…세계배구 높은 벽 실감

입력 2006-07-24 09:37:55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앞으로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건 승리 못지않은 큰 수확이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사령탑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23일 불가리아와의 2차전을 끝으로 2006 월드리그 국제대회 홈 4경기를 마친 뒤 대회를 결산하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998년 대회 참가 이후 8년 만에 복귀한 월드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4전 전패. 기대했던 승리소식은 끝내 없었다. 지난 해 대회 때 3위와 5위를 했던 쿠바와 불가리아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쿠바에 33연패를 당하며 통산전적 3승37패의 절대적 열세를 면하지 못했다. 1984년 일본 NHK배 3대2 승리 이후 무려 22년 동안 이어진 패배 행진이다. 불가리아도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3대1로 이겼지만 이번 대회 두 경기를 모두 잃어 한국은 8연패와 함께 통산 전적 3승14패로 철저하게 눌렸다. 23일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 0대3(20-25 22-25 21-25)으로 완패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1998년 방콕, 2002 부산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2연패를달성했고 지난 달 아시아 최강전에서도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시아를 벗어난 국제 무대에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여파로 1998년 대회를 끝으로 월드리그에 참가하지못한 게 한국 대표팀의 전력 저하를 부추겼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호철 감독은 "8년 동안 월드리그 불참으로 비중있는 국제경기를 치러보지 못한 공백이 컸다. 높이와 파워의 열세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경험 부족은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였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국내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오현(삼성화재) 등 수비수들은 2m를 넘는 큰 키와 엄청난 탄력을 이용해 수직에서 내리꽂는 쿠바 공격수들의 강타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스파이크 각도 자체가 아시아권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블로커들은 쿠바 선수들이 공중에 머무는 체공시간에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대학생 레프트 듀오'인 '차세대 거포' 문성민(경기대)과 김요한(인하대) 의 성장은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아시아 최강전 우승 주역인 라이트 김학민(경희대)까지 대표팀에 합류하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과 멀게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선전을 기대해 볼 만하다.

김호철 감독은 "블로킹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장신 선수들과 강서브를 넣을 공격수들을 키우고 큰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다보면 세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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