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컬러풀 아프리카

입력 2006-07-22 09:02:38

컬러풀 아프리카/미노 지음/즐거운 상상 펴냄

야생동식물이 뛰노는 광활한 자연, 가난한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 끊임없는 내전과 에이즈. 보통 사람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상식은 여기까지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에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대륙인 것이다.

'컬러풀 아프리카'(즐거운 상상 펴냄)는 배낭 하나 메고 아프리카 사람처럼 먹고 자면서 아프리카를 온몸으로 부대낀 여행기다. 저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국경을 넘어,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짐바브웨에서 르완다에 이르는 동아프리카의 수많은 도시와 마을을 다니며 아프리카의 속살을 느낀다.

아프리카는 여러 가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낯선 이에게도 속내를 털어놓는 정감어린 곳으로, 때로는 외국인마저 그 자리에서 합법적으로 사살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곳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가 이곳과 다르지 않은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네 평 남짓한 작은 흙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줄줄이 이은 아이들이 함께 살고, 40℃를 웃도는 더위에도 찬물 살 돈이 없는 그들은 강물을 끓여 뜨거운 차를 마신다.

고속철도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아프리카의 교통수단은 실로 경악할 만하다. 낡은 버스에 수십 명이 숨쉴 틈 없이 끼어 타야하는데, 이마저도 느릿느릿하다. 게다가 기차는 어떤가. 박물관에서나 봄직한 증기기관차는 20분 달리고 2시간 정차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시간도 제멋대로인데다 미어터지는 버스를 타면서도 아프리카인들은 그저 '그런가보다' 하는 무던한 심성을 가졌다.

이런 아프리카 대륙을 걷는 저자의 여행 철학도 남다르다. 최대한 느리게 걷기, 아무것도 안하기, 먼 산 바라보기. 저자는 가는 곳마다 친구를 사귀며 버스 안내양 집에서 자기도 하고 우연히 만난 한 부부의 초청으로 오지 마을에 들어가기도 한다.

짐바브웨 하라레에 들렀을 때 이야기다. 고층 빌딩숲으로 이뤄진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 하라레가 사실은 불과 넉 달 전, 도심 대청소 캠페인에 의해 모든 부랑자들과 아이들이 잡혀가 살해당한 도시였다. 또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콩고를 철책 하나 사이에 두고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한다. 이렇게 피의 역사와도 코닿을 듯 가까이 만나면서 아프리카의 숨결을 전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처럼 아프리카에선 아시아가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부족이 몇 개냐', '중국인은 사람을 잡아먹는다며?'란 질문을 받으며 난감해하기도 하는 저자는 아프리카 친구를 기쁘게 하는 비법도 터득했다. 아프리카 친구를 가장 기쁘게 하는 선물은 차가운 콜라를 대접하는 것. 40℃를 웃도는 날씨에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는 좁은 방안에서 뜨거운 물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콜라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다.

부족 언어도 모르는데 아프리카 친구들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냐고? 영어만 할 수 있으면 걱정할 것 없다. 저자는 오히려 유럽보다 아프리카가 훨씬 여행하기가 쉬웠다고 귀띔한다. 20세기 초까지 영국의 식민지였고 독립 후에도 수십 개의 부족들끼리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아프리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우리는 그곳을 '에이즈의 대륙'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그들은 '에이즈는 그저 신드롬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에이즈를 '서양인들이 아프리카를 비하하기 위해 퍼뜨린 나쁜 소문'쯤으로 여긴 채, 제대로된 검사조차 받지 않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으며 삶을 꾸려간다.

말라리아나 에이즈보다 더 치명적이어서 아프리카 여행자들이 경계해야할 것으로 저자가 꼽는 것은 다름아닌 '까딱까딱 바이러스'. 아프리카의 유난스런 흥겨움과 리듬은 아프리카를 더욱 매혹적인 대륙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먹을거리와 교통수단, 숙소, 여행 요령 등 여행을 위한 상세한 길잡이도 빼놓지 않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노라면 아프리카에 대한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든다. 그리고 오렌지빛 사막과 짙푸른 정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래서 여행은 전염성이 있는게 아닐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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