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원 떠난 포스코 본사는 거대한 '쓰레기장'

입력 2006-07-21 10:28:15

건설노조원들이 농성을 풀고 떠나간 포스코 본사는 한마디로 쓰레기장이었다. 21일 오전 6시 30분 경찰은 취재진에게 본사 건물 5층에 한해 부분 개방했다. 전경들의 안내로 경찰과 노조원들간 긴박한 대치가 펼쳐졌던 4층 계단을 올라서자 지린내가 코를 찔렀다. 발밑에는 잘게 부숴진 유리조각과 휴지, 화분에서 뽑힌 꽃나무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5층으로 들어서자 노조원들이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의자와 책상 등이 긴박했던 당시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노조원들의 주 농성장이었던 5층 사무실. 들어선 취재진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정도 일 줄이야!"라고 할 정도로 도무지 사무실이었던 곳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노조원들이 입고 있었던 붉은 색 조끼. 주인 잃은 조끼가 1m 높이로 쌓여 있었다. 벽에 씌여진 '두고보자 개XX들'이라는 글귀에서 그들의 적개심을 읽을 수 있었다. 천정 석고보드와 형광등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단전에 대비한 듯 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다용도실에는 생수 2천여병과 라면 수십 상자가 쌓여 있어 노조원들이 장기전에 대비했음을 입증했다.

사무실 칸막이는 박살나 있고 바닥은 상당수 뜯겨 나갔으며 무기로 준비한 듯한 1.5m 정도 길이의 쇠파이프 수십자루가 나뒹굴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경찰의 진입에 맞서 불을 뿜는데 사용했던 LP가스통 4개와 뜨거운 물을 쏟아 붓는데 이용했던 30인분 크기의 솥도 당시의 살벌함을 뒤로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또 사무실 구석 배관이 지나는 곳에는 노조원들이 탈출구로 사용했던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4층으로 내려가는 구멍도 뚫려 있었다. 책상 위에 당연히 있어야 할 데스크탑 컴퓨터는 2, 3대를 제외하곤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나머지 6층부터 12층까지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측은 내부 공사에 최소한 수 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취재진과 함께 사무실을 둘러보던 홍보팀 이상근 대리는 "어떻게 남의 사무실을 이토록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는지..."라며 "노조원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허탈해 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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