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옥입니다] 풍선

입력 2006-07-19 07:41:34

"비와 함께 '싹',더위도 '싹',먼지도 '싹',스트레스도 '싹', 안전운전 하세요~." 한 후배가 보내온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장맛비 따라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기분을 잠시나마 띄워준다. 맞아, 까짓것, 심사 울울하게 하는 건 죄다 저 장대비 속으로 '싹' 날려버리는거야.

한데 그것도 잠시 마음 한 켠엔 여전히 돌덩이 하나 들어앉은듯 하다. 이름도 요상한 태풍 에위니아가 우리 강토 곳곳을 제맘대로 할퀴어 깊은 상처를 내놓은 탓이다. 게다가 비무장지대(DMZ)까지 뻗친 투기바람이라니.

송곳 꽂을 땅 조차 없는 사람들이나 모르고 있었지 이미 수년전부터 야금야금 사고 팔고 있다한다. 지금은 값이 오를대로 올랐고, 지뢰밭과 북한군 관리지역까지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아무리 세상이 돈세상이라지만 어떻게 남북 분단의 상징인 DMZ마저 투기장이 돼버렸는지.

그들 상당수가 통일 이후를 노리는 '100년 대계(?)'를 꿈꾼다는 데는 헛웃음이 나온다. 자기 생전에 통일이 되면 더 없이 좋고, 그게 아니라면 자식대에, 그 때도 안되면 손자·손녀대, 그 때도 아니라면 증손자·손녀대…. '愚公移山' 우화의 노인이 울고 갈만한 끈기 아니랴.

얼마전 미국의 유명한 풍선조각가 제이슨 하켄워드씨가 서울 전시회에서 선보인 현란한 색색깔의 풍선 조각들은 한순간에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선인들 피할 수 없는 宿命(숙명)이 있는 법. 처음엔 팽팽하던 것이 시간과 더불어 서서히 바람이 빠져나가 결국엔 초라하게 오그라들기 마련이다.

재산의 85%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세계 2위 부자 워런 버핏은 "유산보다는 능력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한다. 자기 노력없이 부모로부터 '평생 식권(food stamp)'을 보장받는다는 것 한 번 생각해 볼 일 아닌가. 처음엔 터질듯 빵빵해도 결국 바람 빠지는 풍선같은 生(생)이 되지말란 법 없으므로.

조선의 名儒이자 토정비결의 저자인 土亭(토정) 李之함(이지함)도 말했다. "마음을 기르는데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 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요행보다는 마음을 길러주는 100년 대계가 생명력 있는 계획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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