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정략적 개헌 추진 그만둬야

입력 2006-07-18 11:32:03

열린우리당 출신 임채정 국회의장이 제57회 제헌절 경축사에서 "국회의장 자문 기구로 헌법연구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소감에서 밝혔던 改憲(개헌) 추진 의사를 처음 공식화한 것이다. 임 의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전국 단위 선거 주기가 안고 있는 문제점 △국민 기본권 보완 등을 개헌 필요의 이유로 꼽았다. 5년 단임의 정치적 책임 결함, 대선과 총선의 二重(이중) 비용 등 주로 권력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말하자면 1987년 민주화의 시급성 때문에 서둘러 개정한 현 憲法(헌법)은 이제 시대 변화에 맞는 구조와 내용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뜻 내용만 들으면 공감 못할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의도가 문제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헌 카드를 계속 꺼내 드는 것은 무슨 꿍꿍이인가. 국회의장이 야당과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헌 연구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여당이 바라는 대로 개헌의 총대를 메겠다는 것 아닌가. 어제 경축사는 최근 헌법의 권력 구조 개편을 자주 언급하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에 맞장구를 친 거나 다름없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기다렸다는 듯 반색을 하고 나섰다. 따라서 숨은 의도가 분명 따로 있다는 疑惑(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 의혹의 시나리오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정치 세력의 離合集散(이합집산)이다. 한나라당이 반대를 하든 말든 논의 자체만으로 개헌에 찬동하는 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닦으려는 속셈이다. 보나마나 그 일정은 내년 大選(대선)을 향해 작동할 것이다. 국회의장이 앞장서 이런 구상을 끌고 가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정파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짓이다.

개헌은 아무리 내용적 타당성이 있더라도 그 의도와 절차가 민주적이고 진정해야 국민의 공감을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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