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접수한다"…'수성학숙' 논란

입력 2006-07-18 09:15:20

수성구청 단독 설립추진…"지역발전 도움 안돼"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 최근 수성구청이 수성구 출신 학생들을 위한 '수성 학숙'을 서울에 짓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성구 지역 고교를 졸업한 뒤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만 열중하도록 기숙사를 세우겠다는 것.

하지만 "'교육 명품구'라 불리며 대구시내 학력 격차를 심화시킨 수성구가 '학숙'까지 세울 경우 자칫 대구의 지역 간 불균형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형렬 수성구청장은 "해마다 수많은 지역학생들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진학하지만 대다수가 높은 물가 등 경제적 부담을 호소한다."며 "이들이 학업에만 힘 쓰도록 하면 지역 인재양성과 고향에 대한 자부심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수성 학숙을 추진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따라서 김 청장은 조만간 구청 내에 '수성학숙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수성구 지역 14개 고교 교장들과의 연계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김 청장은 "수백억 원 상당의 재원마련이 가장 큰 문제이나 대구시는 물론 지역 원로 및 학교, 기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조금씩 풀어나갈 생각"이라 말했다. 그는 또 "인재 유출, 지역대학 육성 등의 차원에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기왕에 수도권으로 가는 지역 학생들이 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보다 적은 부담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 인재 양성 및 향후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수성구 편중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역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일부가 아닌 전체를 생각하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의 다른 구청 관계자는 "수성구 집중현상에 따른 도심 불균형 개발 등 부작용들이 터져나오는 마당에 수성구가 또 튀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학숙을 지으려면 지역의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최근 대구·경북 출신 전·현직 장관 등 원로급 인사들이 구성한 '대경육영재단 설립 추진위'가 대경학숙 건립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수성구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을 말릴 수 없지만 형평성 차원에서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에는 강원, 경기, 충북, 전북, 남도(광주·전남), 제주 등 6개학숙이 세워졌는데 광역 단위가 아닌 지방 기초자치단체가 서울에 학숙 설립을 추진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전무하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