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까지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중동에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 2명이 레바논의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에 납치된 것을 빌미로 보복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병사 2명의 석방으로 해결될 상황을 넘어 시리아와 이란이 개입하는 5차 중동전쟁의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중동의 위기 고조로 유가가 급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스라엘의 공격 배경과 전망
이스라엘은 지난달 25일 자국 병사 납치를 문제 삼아 팔레스타인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서는 병사 구출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한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하마스는 1988년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며 태동한 무장단체로 올해 1월 총선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장악했다. 이스라엘로서는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시작한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헤즈볼라 역시 레바논에 이란식 이슬람 신정체제를 세우고 비(非)이슬람 세력을 중동에서 추방하는 데 활동 목표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을 파괴해야 할 국가로 보는 것은 하마스나 마찬가지.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시리아와 이란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는 하마스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시리아와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경우 5차 중동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란의 경우 핵 개발로 인해 쏠린 국제사회의 비난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최소한 헤즈볼라에 대한 직·간접적인 후원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중동지역은 1948년 강대국들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건국을 밀어붙임으로써 세계의 화약고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영국의 위임통치 종결을 6개월 앞둔 1947년 11월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가결해 팔레스타인의 56.47%를 이스라엘에, 42.88%를 아랍국가에, 나머지는 국제관리지구로 할당했다. 팔레스타인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던 아랍인들은 이를 거부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듬해 5월14일 건국했다. 남은 것은 전쟁. 주변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1차 중동전이다. 결과는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나 팔레스타인 지역의 78%를 장악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난민생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67년 이집트와의 2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그 해 3차 중동전을 일으켜 22%의 팔레스타인 지역마저 장악했다.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잃은 영토를 되찾기 위해 4차 전쟁을 일으켰으나 역시 패하고 만다. 1차 오일쇼크는 이때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과 서방에 원유 공급을 제한하면서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 확대는 미국의 일방적인 지지를 업고 있다. 미국은 공격 중지를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경 대응과는 논리가 전혀 맞지 않는다. 중동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은 이스라엘 보호와 아랍 산유국 분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일방적인 외교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자위권 발동인가 침략전쟁인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과 관련,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자위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올메르트 총리는 "우리를 흔드는 세력은 매우 고통스럽고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질 구출과 보복 작전을 벌이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는 국내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스라엘의 안보 논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안보 위협에 민감하다. 이스라엘은 적이 공격 능력을 갖추기 전에 적군을 파괴하라는 선제공격론을 실천해 왔고, 반드시 이스라엘 인구 밀집지역과 떨어진 적군의 땅에서 전쟁을 벌이라는 원칙도 고수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과거와 달라진 상황을 제시하며 심각한 사태를 예견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중공세를 계속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팔레스타인 장관과 의원들을 붙잡았고, 총리를 비롯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며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 언론들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사태에만 매달려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언론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북한 미사일 사태에 못지않은 여파를 가져올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이번 유가폭등 사태로 받게 될 충격을 생각하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실제로 대한상의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설 경우 국내 기업의 60%가 조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래의 5.3%에서 5.1%로 하향조정해 발표한 것도 이런 국제경제 여건의 악화를 감안한 것임은 물론이다. 어느 때보다 경각심(警覺心)을 갖고 유가폭등 사태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신문 사설)
몇 편의 사설들은 이스라엘의 확전을 비판하면서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이 주류를 이룬다. 이유가 무엇이든 전쟁의 참혹함은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바탕으로 함은 물론이다. '지구촌 최대의 과제이자 덕목 중 하나는 평화 공존이다. 이스라엘이 자위권(自衛權)을 내세워 벌이는 강경 일변도의 공격은,자위(自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자위(自衛)는 될 수 없다. 이스라엘 스스로가 평화 공존에 기초한 대화와 화해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 제5차 중동전쟁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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