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 대권 예비주자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정동영·김근태 전·현 당 의장의 대권을 의식한 행보에 이어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사표를 내고 당무에 조기 복귀할 뜻이 전해짐에 따라 한나라당과 함께 여당의 대선구도가 조기에 구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천 장관의 조기 당무 복귀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천 장관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내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김근태 의장은 자신의 이념적 좌표를 오른쪽으로 돌려 지지층의 폭을 한층 넓히려 하고 있다. '민생살리기'를 명분으로 좌표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김 의장은 이번 당 의장 활동의 성패가 그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대선주자로서 공고히 설 수 있는 갈림길로 보고 있다.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학법 재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당내 대선주자 선출 방식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김 의장이 대선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선출방식과 같은 개병형 예비선거 제도 도입이 최근 당내에서 검토되고 있는데, 이 제도는 노풍(盧風)이 발생하는 토대를 제공한 바 있다. 따라서 예비선거 제도 도입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노풍을 김풍으로 바꾸려는 김 의장측의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지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학법 문제에 대해 김 의장이 시원하게 개정안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그의 합리적 이미지는 한층 부각될 수 있다는 것.
또다른 대권후보인 정동영 전 의장은 지난 15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한달간 출국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으로 당내 설 곳이 없어 외국행을 택했다는 설도 있지만 그의 이번 독일 방문은 대권 수업의 성격이 강하다. 노 대통령이 권유한 7·26 재보선의 서울 성북을 출마를 뿌리치고 "책임을 지고 사퇴한지 얼마 되지 않아 표를 달라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택한 독일행은 대권주자로서의 면모와 정치인으로서 경우를 지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된 지 10여년이 지난 독일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도 만나고 가능하면 책도 한 권 쓸 계획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길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겠다."는 출국인사도 그의 대권 의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측근들은 "최근 정 전 의장의 주된 관심은 교육·복지 분야로 귀국 후 '대선후보급' 공약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귀뜸했다.
한편 천 장관의 당무 복귀는 노 대통령의 사표 수리가 전제되지만, 여권내에서는 이미 "다음달 초 천 장관과 사시 동기인 한 인사가 후임으로 내정됐다."며 천 장관의 당무복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창당 초기 막강 권력구도였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중에서도 제일 먼저 이름이 올랐던 천 장관의 당무 복귀는 대권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전 의장과의 세력 규합을 시도할 수 있고, 이종걸 정장선 최용규 제종길 의원 등 친분있는 인사들과 별도의 세 규합도 가능한 등 이래저래 당내 또다른 핵심세력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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