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큰 몸살을 앓고 있다. 맞춤식 교육이니 주문식 교육이니 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지 못하면, 즉 취업을 시키지 못하면, 폐과와 해고라는 몸살을 앓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은 필사적으로 기업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는 학생을 구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나 취업이 잘 되는 학과 이외의 순수학문이나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모든 국민의 자녀 교육 목표가 '의대 보내기'라는 극단적 말까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의대 이외의 학과는 의대 갈 성적이 안 되는 학생이 마지못해 가는 들러리 학과로 전락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이젠 정말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런데 그 대책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 아닐까?
나는 인재의 수요처인 기업에서부터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인재선발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 기업은 산업현장에서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인재를 원할 런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만 멀리 보고 생각하면 조급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당장 알 수 있다. 인재는 기초가 튼튼한 사람이다. 창의력도 기초가 튼튼한 곳에서 꽃이 핀다. 따라서 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기초가 튼튼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물론 기능을 필요로 하는 직종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기업은 학생에 대한 학교의 평가를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하고 실력이나 잠재능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 특정 시점(18세)의 성적이나 대학 간판을 보고 무조건 사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명분이나 대학 간판을 보고 인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기업은 시장경쟁력이 있는 기초가 튼튼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언젠가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기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제도를 운용해야한다. 종업원을 선발할 때, 긴 안목에서 신중하게 사람을 평가하고 고르되 일단 종업원으로 선발하면 조직을 능동적 활성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환경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걸핏하면 사람을 해고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종신고용제는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연공서열제도 시대에 뒤떨어진 열등한 제도인 것만은 아니다.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의 장점을 연구하여 도입하여야 한다.
그러한 제도 하에서 종업원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생각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회사 일에 전력투구하게 되고 회사와 종업원, 지역 사회와 국가 모두가 번영하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의사나 다른 전문 자격사보다야 못하겠지만 안정성이란 측면에서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될 것이다.
수입과 위험, 고통과 보상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가 되어야만 사람들이 편견 없이 자기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직종별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부조화가 지속되면 인재가 한쪽으로 몰리게 된다.
현재의 고용제도 하에서 기업에 종사하는 것은 위험과 고통이 너무 크다. 의대로, 사범대로, 교대로, 공무원으로 인재가 쏠리는 이유이다. 기업이 인재선발시스템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고용제도를 도입한다면, 우리의 기형적인 교육 현장은 상당 부분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철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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