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무역의 최첨병. 생업을 위해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釜關)페리를 타고 다니며 무역을 하는 사람들. 흔히 이야기하는 '보따리상'들이다. 배 위에서 새우잠을 자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하루 14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만큼 사연도 한 보따리다. 부관페리 뱃길 따라 '희망 보따리'를 풀어내는 두 사람을 만났다.
◆최첨단 1인 무역상 임채일 씨.
부관페리 '성희호'의 2층 침대가 달린 1등석 스페셜 룸. 침대 앞 책상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기가 놓여 있다. 노트북 앞에 앉은 임채일(46) 씨. 능숙한 키보드 놀림으로 주문서를 작성하고 영수증을 챙긴다. 여느 무역업체 직원 같지만 그는 이 배에 탄 100여명의 보따리 상 중 한 명이다. 남들과 다른 점은 배 안에 개인 사무실을 둔 1인 무역업체 사장이라는 점.
1개월에 20회 이상 이 배를 타는 그는 1등석 스페셜 룸을 전세냈다. 연간 내는 배삯만 6천만~7천만원. 그만큼 임 씨는 보따리 상 경력 7년만에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는 3, 4년 전만해도 남들 다 하는 라면, 김 등 식료품을 주로 취급했다. 수지가 시원찮자 변신을 시도했다. 지금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잡화. 이 날도 그는 식당용 탁자, 의자 등 15박스의 각종 잡화를 일본으로 배달했다.
밤을 꼬박 새우며 배가 시모노세키에 도착하자 임 씨는 싣고온 물건들을 일본 내 각지의 거래처로 택배로 보냈다. 더러는 그의 물건을 직접 받기위해 항구로 나오는 일본 상인들도 있었다. 거래처로 물건을 보내고난 임 씨는 또다시 거래처마다 필요한 물건을 주문받고 입금여부를 확인했다.
이젠 그만의 노하우도 익혔다. 세관에 자신의 물품대금을 신고하고 손쉽게 통과하면서 세금을 적게 내는 요령, 일본 상인들과의 원활한 거래를 위한 상도(商道)를 깨쳤다. 기본적인 일본어 실력 등 제법 세련된 맛도 돋보인다. 일본 세관 직원 중 누가 까다로운지 성격까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손쉽게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수백 번 한·일을 오가며 돈이 되는 물건이 뭔지 믿을만한 거래선은 어디인지 찾고 또 찾아다녔다. 배 안에서 새벽 3~4시까지 물품과 영수증을 확인하다보니 하루 2시간만 자고 일했던 기억도 불과 2년 전이다. 매일 박스를 묶고 풀어헤치다 보니 손에는 어느덧 거친 굳은 살이 자리잡았다.
부산에서 해돋이, 시모노세키에서 해넘이를 보며 더 큰 무역상의 꿈을 키우는 그는 "내 보따리에는 꿈과 희망, 가족의 행복이 담겨있습니다."라며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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