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업그레이드하자] ③제대로 견제하자

입력 2006-07-12 09:59:33

인사권 독립해야 집행부 감시

'지방의회, 집행기관의 들러리인가?'

한 대구시의원은 "지방의회 공무원 인사권을 단체장이 쥐고 있는 이상 집행기관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4대 대구시의회에서는 시민단체가 시의회에 요청한 지역 현안 관련 토론회 개최 여부를 시의회가 자체 판단하지 않고, 대구시에 문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학계는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 비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사권 확보나 기관 독립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또 지방의회의 주 역할인 예·결산 심사와 행정사무감사를 대폭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인사권 독립

국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다. 반면 지방의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소속은 의회이지만 사실상 집행기관 공무원들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 공무원 인사권을 갖고 있고, 별정·기능·계약직도 단체장의 위임을 받은 의회 사무처장이 대신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구시의회에는 의회 사무처장(2급)을 포함한 5급 이상 간부 13명 등 모두 65명의 공무원이 있다. 이 가운데 일반직 36명은 대구시장이 임명하고, 별정·기능·계약직은 대구시장의 위임을 받은 의회 사무처장이 임명한다.

경북도의회의 경우 93명의 직원 중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18명 모두 경북도에서 넘어온 행정직이다. 6, 7, 8급도 42명 중 행정직이 37명이며 별정 및 계약직은 5명이 고작이다. '몸만 의회, 마음은 경북도'다.

인사권이 독립돼야 집행부도 견제할 수 있다. 지방의회 의장이 적어도 사무처장 등 의회 사무처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 또 집행기관과의 균형을 감안해 시·도의회 사무처에 부이사관급(3급) 공무원 확충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광역의회 안팎에서는 서기관급(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 외부 전문가 영입을 포함한 '개방형 임명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4선인 강황 전 대구시의회 의장은 "인사권 확보 문제를 두고 전국 시·도 의회가 수차례 논의를 벌이고 국회에 건의했으나, 국회의원들의 견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견제하고, 주민 여론을 담아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원"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지방의회 공무원 전원에 대한 인사권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공무원들의 '국회직'을 전국 지방의회를 포함한 '의회직'으로 개편하고, 시·도 간을 넘어서 전국적 인사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결산 및 행정사무감사

지방의회가 그동안 행정사무감사나 예·결산 심의를 요식적으로 해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감사와 심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에 '건전한 긴장관계'가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

행정사무감사의 경우 해마다 비슷한 자료 요청에다 중복되는 질의와 지적사항으로 되풀이돼왔다는 비판이다.

또 예·결산 심의, 의결의 경우 관련 위원회가 영속성과 전문성을 갖지 못한 채 '나눠먹기식 위원 구성'으로 실효성을 얻지 못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사안이다.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정책자문기구 등을 활용해 지속적인 행정 점검과 평가를 벌여야 실질적인 감사나 심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전영평 대구대(행정학) 교수는 "감사나 예산 심의가 특정 기간에만 이뤄져서는 곤란하다."며 "평소 회계, 행정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을 갖고, 타 지역의 모범사례를 검토하는 등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커리큘럼을 짜서 미리 '실습'을 해보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실제 심의나 감사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감사기관을 의회 소속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영조 경북대(행정학) 명예교수는 "집행부 소속의 감사기관을 의회 소속으로 변경하고, 감사책임자와 감사담당자를 외부 전문가로 충원한 뒤 이들 활동을 의회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또 단순히 회계감사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평가 기능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감사기관의 의회 소속이 어렵다면 지방의회 소속의 소수 옴부즈맨을 두는 것도 대안"이라며 "감찰 전문가를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대안을 개발하는 데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