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섬유의 도시가 아니며, 산업도시도 아니다. 대구는 브레인의 도시다.
정치적 격동기였던 산업화 시대에는 정·관계에 파워 엘리트 공급의 중심지였으며, 그 덕에 구미나 창원과 같은 주변 지역에 산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신라 패망이후 고려왕조에 수많은 정치적 브레인들을 공급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유학의 중심지로 통치이념을 제공했다.
척박한 자연조건 속에서 사람을 밑천삼아 살아온 생존논리는 21세기에 이미 접어든 오늘날에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바야흐로 세상은 산업화 시대를 넘어 정보화 시대를 이미 거쳤다. 정보 인프라가 충분히 깔려진 지금, 세상은 또다시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나서 인터넷 또는 모바일 속의 정보에 빠져있는 세상을 말한다.
'드림(Dream) 소사이어티', '콘텐트 중심의 사회', '문화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세계에서 과연 대구호(?)는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창의적 인재가 경쟁력의 원천인 시대에서 '브레인 대구'는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구가 새로운 시대의 글로벌 인재공급처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 특히 파워 엘리트 양성의 중심에서 벗어나, 꿈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그리고 그것에 젖어 사는 창의적 젊은이들을 대량으로 키워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전체가 성인중심에서 젊은이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산업정책도 전통 제조업 지키기에서 벗어나 젊은이들이 즐겨 일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물론 초중고 교육과정도 다른 지역과 뭔가 달라야 한다.
'10대, 20대 젊은이들이 머물고 싶은 도시 1위'를 만들자. 이 캐치프레이즈에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효과가 숨어있다.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머물고 싶음으로써 '한국제일의 인재 중심도시'가 될 수 있고, 젊음의 열정과 낭만이 흐르는 매력적인 도시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성이 뛰어난 대중문화와 접목해 '고품격 문화도시'를 만들어내고, 무엇보다도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난 문화 및 서비스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대구와 같이 '보수적인' 곳에서 이것이 가당키나 할까하고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대구는 이미 보수적인 도시가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10대, 20대 젊은이들에게는 그렇다. 다만 성인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더구나 젊은이 중심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청 안에도 10대, 20대로 구성된 청년자문위원회가 원로자문회의 못지않게 필요할 것이다.
동성로 주변을 주목하자. 이곳에서는 전국규모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열리고 있으며, 이러한 공연에 열광하는 매니아들만 6천 명이 넘는다. 힙합과 재즈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휴일에는 서있기 조차 힘든 클럽들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모여들고 있다.
그리고 200개 가까운 카페와 어우러져 로데오거리, 야시골목 등 개성 있는 거리문화가 형성되어 있으며 전국에서도 손꼽는 상권이 위치해 있다. 여기에 영화관, 연극무대, 갤러리, 공원 등의 문화인프라가 존재함으로써 미래 잠재력을 더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게임, 공연기획, 콘텐트 제작, IT서비스 등 관련된 기업들이 이곳 주변으로 몰려들 수 있는 단계에까지 온 것 같다. 마치 영국 쉐필드시의 문화산업이 방송국 주변에 음악밴드들이 몰려들었던 것을 계기로 발전했듯이, 그리고 유럽의 낙후지역이었던 아일랜드의 더블린시가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낭만의 도시로 탈바꿈한 것을 계기로 IT중심지로 발돋움 했듯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 아닐까. 사실 동성로의 양적 규모와 질적 수준은 이 두 지역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강한 것을 찾아 더 강하게 만들 때, '브레인 대구'의 미래는 밝아올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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