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경북도의회가 지난 7일 출발했다. 23개 시·군 의회도 새 돛을 올렸다.
지역민들 기대는 지난 어느 의회 때보다 크다. 새 민선 시대를 맞아서다. 지방의회도 지난 10여 년을 거치면서 일 잘하라는 지역민들 질책을 받을 만큼 받았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를 바라는 지역인들에게 모양새도 갖췄다. 지방의회를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까?
◆일 제대로 했나?
본지가 지난 4년간 경북도의회와 몇몇 기초의회 활동을 취재한 결과 조례안 발의 및 처리, 의원 질의 등 양·질적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였다.
경북도의회(7대)의 경우 이 기간 207건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중 88.4%인 183건은 집행부인 경북도 등이 냈다. 조례안 발의가 의정 활동의 핵심이지만 의원 발의는 고작 24건이었다. 일을 안했다는 얘기다.
질적인 면은? 207건 중 202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88%인 177건이 제동 없이 원안가결됐다. 수정가결은 23건에 불과하다. 그 내용도 집행부 등이 낸 안을 일부 보완하는 수준이었다.
도의원들은 조례안 발의보다는 질의에 의정 활동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4년간 552건, 도의원 1인당 10건 꼴이다. 그렇지만 역시 속은 시원찮다. 지역 실정과 관계없는 국가가 다뤄야 할 일, 개인 신상 발언, 대안 없는 즉흥적인 집행부 질타, 주민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인기성 발언 등이 주류였다.
기초 의회도 도의회와 다를 바가 별로 없다. 구미시의회의 경우 발의된 조례안 159건 중 집행부 발의가 139건으로 87%나 되고 원안가결이 125건으로 78%를 넘는다. 안동시의회도 마찬가지여서 조례안 발의 162건에 집행부 발의 비율이 90%가 넘고 처리된 155건 중 수정 통과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일 제대로 할까?
55명의 도의원 중 초선이 35명이나 된다. 역대 도의회 중 그 비율이 가장 크다. 의욕적인 의정 활동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선들은 지난 달 당선 이후 문경에서 모임을 가졌다. 향후 의정 활동 방향과 초선의 역할 범위 등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고, 새 도의회 상을 세우자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길화 도의원은 "초선이 많이 당선된 것은 도의회를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달라는 민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도 젊어졌다. 60대 이상(8명)보다는 40, 50대(45명)가 주축을 이뤘다. 직업도 정치인, 기업 CEO, 농축수산업 종사자, 언론인 및 교육자 출신 등으로 다양해졌다.
처음으로 지방의회에 유급제가 도입된 것도 지방의원들에게 의정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그 만큼 책임도 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영조 경북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지난 달 도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의회 기능과 역할' 특강을 했다. 지방의원들은 반복돼 온 집행부와의 대립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정책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경쟁엔 많은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공무원들과 대등한 '지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학습과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 학자들 의견도 들어 정책 전문화, 차별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지방의원들이 집행부 통제자로서 역할에만 치중해선 안된다. 민의도 대변하고, 집행부가 주민 저항 없이 정책을 추진하게끔 지방의원이 정책조정자가 돼야 한다."며 "의원·주민·관료가 동등한 지위에서 정책을 논의, 결정하는 조정위원회 구성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집행부가 조례·규칙은 물론 일반정책까지 주도, 의회는 단순한 통과기관으로 전락했다. 정책 결정이 의회의 주된 기능인 만큼 이제는 제 일을 찾아야 한다."며 "주민이 뭘 원하는지, 지역이 무얼 바라는지 파악해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지방의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승학 전 경북도의원은 "지방의원들은 확실한 근거 없이 집행부를 비판해선 안된다. 단상에서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라, 민의에 봉사하는 '참일꾼'의 자세가 지방의회마다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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