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즐기는 '羊형' 인간도 있다

입력 2006-07-11 09:44:21

권력욕이 큰 '늑대형' 인간들은 패배할 경우 큰 충격을 받는 데 반해 경쟁에 무관심한 '양(羊)형' 인간들은 패배해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뿐 아니라 심지어 내심 반가와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abc 뉴스 인터넷판이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이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어떤 사람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부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올리버 슐타이스 교수 등 미시간 대학 연구진은 대부분 대학생인 50명을 대상으로 권력욕이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관찰한 연구 보고서를 '호르몬과 행동'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로 모르는 두 사람에게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준 뒤 각각의 사진에 어울리는 짧은 설명을 글로 쓰도록 한 뒤 고전적인 표준 시험 방식으로 설명을 한 줄 한 줄 분석해 누가 늑대인지, 누가 양인지를 판단했다.

같은 사진을 두고도 사진 속 인물들이 정중하게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심한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어 한 사람에게는 이겼다고 말해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졌다고 말해 주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을 전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코티솔은 우울증 및 기억 상실과도 관련된 호르몬이다.

연구진의 예상대로 경쟁에서 진 늑대형 인간들의 코티솔 수치는 치솟았으나 역시 경쟁에서 진 양형 인간들의 코티솔 수치는 변화가 없었고 양형 인간들은 오히려 이겼을 때 코티솔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양형 인간들이 자신이 남을 지배하는 위치에 설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 중 권력욕이 가장 큰 늑대형 인간은 패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반면 양형 인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패배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은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없을 뿐 아니라 남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편해 한다"고 지적했다.

슐타이스 교수는 이전에도 독일에서 같은 실험을 해 같은 결과를 얻은 일이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미셸 워스 연구원은 "이 실험은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것이니만큼 늑대의 본성이 덜 드러났을 것"이라면서 "결국 시장(市場)이 인간 내면의 늑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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