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영재교육 페스티벌 현장 표정

입력 2006-07-11 07:55:16

경북의 영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7일 오후 구미 경북교육연수원을 찾았다. '제1회 영재교육 페스티벌' 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지나 들어선 연수원은 조용한 겉모습과 달리 600명의 영재 학생·교사들로 교실마다 활기가 넘쳤다. 양해를 구하고 참관한 수업에서도 학교 교실에선 보기 힘든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요, 노인과 젊은이들간의 세대 갈등이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아요. 동네마다 한 달에 한 번씩 노인과 젊은이가 모여 대화의 축제를 열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FPSP(미래문제해결기법)' 반에 참가한 황혜민(영양 석보중 2년) 양. '고령화 사회의 대책'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을 늘어놓는다. 황 양은 마침 3명의 팀원들과 젊은이, 노인 분장을 하면서 역할극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런 수업이 어떻게 영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까.

"아이들에게 이런 주제를 주고 '정답은 없다. 자기의 생각을 말해봐라.'고 하면 매우 당황합니다.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단답식 모범답안에만 익숙한 탓이죠."

홍순천 김천초 교사는 FPSP가 토의와 협력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미국 조지아 대학에서 FPSP 연수를 다녀온 경험에서다.

이번 영재 페스티벌의 주요 프로그램은 수학, 과학, 영어, 정보(IT) 등 총 4개 과목, 초·중등 분야(9~10개 과정)로 나뉘어 진행됐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모든 수업에 참가할 수 있었다.

'소중한 눈'을 주제로 한 초등과학반에서는 해부용 소 눈알이 실험대 위에 올랐다. 방금 전까지 플라스틱 안구 모형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아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한 테이블에 한 개씩. 흰 가운을 입은 조준호(12·포항 대흥초) 군은 "직접 홍채, 수정체, 각막을 잘라 보니까 선생님의 설명을 더 잘 알 것 같다."고 했다.

'미생물의 세계' 수업에서 만난 공채식(12·구미 양포초) 군은 "배율이 높은 위상차 현미경으로 본 물벼룩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며 "그 작은 몸이 울룩 불룩 숨 쉬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고 눈을 크게 떴다.

20~30명씩 제 수업을 찾아가느라 강의실을 옮겨다니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캠핑에 온 듯 했다. 연수원 본관 2, 3층에 전시된 수백 점의 자료는 영재교육 담당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오히려 더 큰 인기였다. 김진향(43·여·김천) 씨는 "교구 자료 하나만 봐도 지역별로 영재교육 수준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감탄했다.

축제 분위기는 저녁이 되자 한껏 높아졌다. 스티로폼 공이 공중에 뜨고, 날카로운 못 침대 위에 사람이 안전하게 눕는 'APC 과학 사이언스 쇼'.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재미있는 물리를 하는 사람들(Amusing Physics Club)'의 최한용(경북과학교육원 영재교육원 근무) 교사는 "공이 뜨는 쇼에는 공기 흐름이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남, 광주 등 타 지역 장학사들도 많이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이번 행사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학부모들에게도 특히 유익했다. 남승인 대구교대 교수는 '영재교육의 이해'라는 주제 강연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속진'(선행학습)이 아니라 '심화'"라며 "공식을 외우고 많은 문제를 풀게 하기보다 원리를 깨우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재교육은 보약을 끓이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사춘기의 좌절·불안에 빠지거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크는 것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해 박수를 받았다.

김상수 경북교육청 초등과장은 "앞으로 3년 정도 더 도교육청 주관으로 행사를 연 뒤 시·군 교육청 단위나 권역별 행사로 꾸려 갈 계획"이라며 "영재 교육 정보에 목마른 학생·학부모·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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