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10일 결승전…'축구축제'대단원

입력 2006-07-08 09:20:50

이제 거대한 축구쇼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6월10일부터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2006독일월드컵은 한달만인 10일 오전 3시 베를린월드컵경기장에서 영예로운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주인공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이다. 월드컵 기간 내내 관심의 초점이었던 브라질의 환상적인 축구와 개최국 독일의 강력한 축구는 베를린에 갈 자격을 잃었다. 그나마 8강 이상 오른 팀들은 조명을 받으면서 한 순간의 성취감을 맛보았지만 투혼을 보였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독일의 월드컵 개최도시마다 설치돼 각 국의 응원단들이 열기를 내뿜었던 '팬 페스트(Fan Fest)'에도 다양한 나라의 응원단들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승부를 직접적으로 뜨겁게 즐길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인들과 함께 세계의 축구팬들은 4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 전에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뿌려지는 꽃가루 속에 월드컵을 치켜들고 환희를 맛보고 싶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선수들은 우승 팀답게 아름다운 플레이를 펼칠 의무가 있다.

월드컵의 역사는 명승부의 역사이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4강전에서 이탈리아가 난타전끝에 서독을 4대 3으로 이긴 경기와 1994년 미국 월드컵대회 8강전에서 브라질이 최고의 기량을 펼치며 네덜란드를 3대 2로 이긴 경기,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이 강인한 투혼으로 이탈리아에 2대 1로 역전승한 경기 등 월드컵대회는 매번 잊지 못할 명승부를 펼쳤었다.

이에 비해 2006독일월드컵은 가슴을 울리는 명승부가 별로 없었다. 조별리그에서 호주가 일본에 0대 1로 뒤지다 마지막에 화염방사기 같은 공격으로 3대 1로 역전승한 경기나 이탈리아가 준결승에서 치열한 경기끝에 막판 순식간에 두 골을 넣어 독일의 얼을 빼놓은 경기 등 인상적인 경기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전체적으로 강력한 수비를 펼치면서 한 골을 넣는 안전 위주의 경기를 펼치거나 이기기 보다는 지지 않으려 하면서 결국에는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가 많았다.

부담이 클수록 명승부를 기대하기 어렵듯이 역대 월드컵의 결승전도 19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가 서독을 4대 2로 이긴 뒤로 명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대회 결승전에서 서독이 지루한 경기끝에 페널티킥으로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이기고 우승한 장면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결승전이었다.

2006년의 왕자를 노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그들이 유로 2000 결승전에서 만나 펼쳤던 극적인 승부를 다시 펼치길 기대하지만 그게 쉬울 것 같지는 않다. 강력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골을 많이 넣기 보다는 적게 넣고 더 적게 골을 먹는 경기를 펼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멋진 공격을 펼칠 능력을 갖고 있는 팀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의 은퇴 경기를 최고의 무대에 마련해 놓았다. 4년마다 열리며 축구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월드컵은 2002년에 아르헨티나의 바티스투타가 그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고 이번에는 호베르투 카를로스(브라질), 파벨 네드베드(체코) 등이 그들의 시대를 마감했다. 지단 역시 유니폼을 벗을 순간이 다가왔지만 그는 드물게 결승전을 마지막 무대로 잡는 행운을 잡았다. 그 행운 역시 마술사 같은 그의 능력이 만들어내긴 한 것이지만.

지단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세계의 축구팬들은 그와 함께 아름다운 축구를 선사해왔던 '레 블뢰' 군단과 영리하고 강인한 '아주리 군단'의 전사들이 펼치는 매혹적인 90분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