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은 동문끼리 친하다(?)"

입력 2006-07-07 08:06:19

창사 60주년 특집 '대구 리딩그룹 대해부'…출신고

대구의 지도급 인사들은 어떤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그 속에서 어떤 가치관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까.

매일신문사 기획탐사팀이 지난 5월부터 한 달여 동안 대구의 리딩그룹 211명을 사회네트워크분석(Social Network Analysis)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출신 고교별 결집도가 높은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또 경북고-서울대 네트워크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친밀도(친한 관계)네트워크는 같은 모임·단체활동(46.8%)을 통해 갖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고교 동문을 중심으로 한 학연(26.2%)이었다. 그러나 개인적 친분·동향(15.6%), 직장·업무관계(11.4%)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역 지도급 인사들은 약 70%가 지역의 친한나라당 정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한 반면 영향력이 강하거나 경북고 출신 인사들의 경우 "바람직하다"고 답변하는 경향이 높았다. 경북고 출신은 52명 중 18명(35%)이 "바람직하다"고 답해 전체(26%)에 비해 다소 높았다.

SNA제작 지원을 한 김기훈 (주)사이람 대표는 "문화계, 여성계,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사람들은 동종 분야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데 반해 교육계, 언론계 등에서는 친밀도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관심을 끄는 분석 결과"라고 밝혔다.

리딩그룹의 친밀도 네트워크에서는 이인중(61) 대구상의 회장, 영향력(그 사람의 의견이라면 자신의 견해까지 바꿀 수 있는 관계) 네트워크에서는 신일희(67) 계명기독학원 이사장이 가장 많은 지명을 받았다.

정·관계의 김범일(56) 대구시장·주호영(46) 국회의원, 경제계의 이화언(62) 대구은행장·홍철(61)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여성계의 문신자(68) 대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교육계의 홍덕률(49)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시민사회단체의 문창식(42)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정현수(39) 맑고푸른대구21 사무처장, 문화계의 이태수(59·시인) 매일신문 논설주간·김완준(57)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 등이 분야별로 '허브(hub·중심축)'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회네트워크분석(SNA)이란= 그룹 간의 친밀도, 영향관계 등을 파악해 인적 네트워크와 가치관의 연관성을 찾는 분석법. 대상을 직접 인터뷰하고 분석결과를 점과 선 등 시각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탐사보도기법이다.

☞ '파워풀 대구' 리딩그룹 211명은 누구? (클릭)

"나는 타지에서 왔는데 대구사람들은 어디 출신, 무슨 학교 몇 회 졸업생 이런거 따지기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김호득 영남대 미대 교수가 대구의 특징을 꼬집으면서 한 얘기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지게 학연으로 끈끈하게 뭉쳤다는 얘기가 많다. 과연 그럴까. 리딩그룹 네트워크 속에서 학연과 모임에 의한 연결고리를 분석했다.

◆동문끼리 친하다

대구의 리딩그룹에서도 같은 고교 출신과 친밀하게 지내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경북고, 계성고, 대구상고, 청구고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그래픽 참조)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경북고 출신 인사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리딩그룹 211명 중 경북고 출신은 무려 24.8%(52명). 이들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또 그 중심에는 '연결 핵심'이 있는데 바로 이인중(61) 대구상의 회장과 이상흔(58) 경북대병원장이다.

특히 이 회장은 이화언(62·성의고) 대구은행장과 안도상(69·대륜고)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회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북고 출신 인사들인 백승홍(63) 전 국회의원, 이동구(61) 대구의료원장, 최영수(58) 천주교대구대교구 대주교, 서정석(60)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등과도 각별한 사이다.

계성고 출신인 이용배(62) 대구농구협회장, 이강철(59) 전 청와대 수석, 김동규(53) 영남대 체대 교수, 우정구(54) 매일신문 편집국장, 김영진(〃) 경북대 치대 학장, 이용두(〃) 대구대 총장도 서로 친밀한 사이다.

청구고의 경우 민병우(47) 계명대 의대 교수, 허담(44) 태을양생한의원 원장, 임오진(45) KBS대구총국 보도팀장, 이종원(42) KOG 대표가 서로 친하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사대부고 출신은 5명에 불과했지만 네트워크상에서 구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도 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였다. 대학 동문으로는 서울대 출신이 경북대 출신보다 분야별로 구심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계명대 출신 인사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경향을 나타냈다.

◆각계각층을 넘나드는 모임

활동영역이 서로 다른 대구의 리딩그룹 간에는 다양한 단체, 모임, 행사, 학회 등을 통해 인적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모임에는 '원우회' '토우회' '대구를 변화시키는 화요마당' '벤처 리더스클럽' '토요아침마당' '바둑모임' '골프모임' 등 수십 개가 넘었다. 교육계에서는 각종 학회 활동을 펼치며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각종 시민단체 활동이나 다양한 협의회 등이 존재했다. 종교 관계로 만남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교육·문화계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사열(50) 대구민예총 대표도 모임을 통해 정치계 김태일(51)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위원장과 박찬석(66) 국회의원과 친해졌고 이하석(58) 영남일보 논설실장과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김정길(62) 명예주필은 각종 모임을 통해 경제계 유재성(60) 태창철강 대표, 문화계 김성수(65) 고금미술연구회 회장, 여성계 남성희(51·여) 대구보건대 학장 등과 만남을 갖고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딩그룹은 학연, 지연보다는 단체 활동을 통해 친밀해졌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계 인사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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