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한 호텔에서 빚어진 뇌물 비리 사건은 부패의 시계를 한참이나 뒤로 돌려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드러난 비리가 수십 년 전에 성행하던, 이젠 사라져 잊혔을 법한 뇌물 비리의 전형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호텔 대표의 부탁을 받아 모 은행을 통해 호텔 운영자금 25억 원을 대출받게 해주고 사례금 명목으로 1억 7천500만 원을 받은 브로커 4명을 지난달 말 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이 수사 과정에서 다른 비리들이 엮여 나왔다. 현직 경찰관 한 사람은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이 호텔 대출 과정의 문제점을 수사하면서 현금 800만 원을 받고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당시 관할 소방서장은 호텔 대표로부터 소방시설 점검 등의 편의를 봐달라며 1천5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초 명예퇴직한 소방서장은 돈 받은 사실이 들통날 경우에 대비해서 가짜 차용증까지 만들어 두었다고 한다.
이런 비리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은행 대출 받는 데 브로커를 동원해야 하며,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야 영업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돈을 주면 있는 사실도 덮어 버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부패에 찌들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이 살기 어려웠던 옛날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또 다른 비리가 드러날 개연성도 있다. 호텔 운영에 이런 정도 비리가 따른다면 일반 크고 작은 영업장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의아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국민적 불신을 촉발할 수 있는 것이다. 망국적인 뇌물 풍조가 되살아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검찰의 깊이 있는 수사와 일벌백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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