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파티마병원 김성호(41) 내과과장은 3년이 지났지만 몽골의 한 여인을 잊을 수가 없다. 그해 파티마병원 해외의료봉사단 일원으로 몽골을 찾았던 김 과장 앞에 앉은 30대 초반의 그 몽골 여인.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류머티스성 심장병이었다.
"수술이 시급했던 환자였어요. 청진기 하나 달랑 들고간 상황에서 무척 난감했지요. 그대로 놔두면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천진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김 과장은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반드시 초청해 수술받게 해주겠노라고.
"귀국 후 그를 초청, 수술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어요."
그러나 시간은 아무런 의미없이 그냥 흘렀다. "아직도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3년 전 한계를 곱씹었던 것을 떨치기 위해 오는 8일 두 번째 의료봉사단에 자원,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사랑의 인술(仁術)을 펼치는 대구의료봉사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동산의료원 노경희(47) 수간호사는 지난 해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7세 소년의 얼굴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진료소에 호기심으로 놀러온 아이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
"개에 물렸다는데 상처를 계속 방치해놔 구더기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더군요. 파상풍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어렵게 찾은 부모에게 상황을 설명해도 본체 만체 했어요. 수십 번을 설득해 겨우 수술했습니다. 아플 텐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고맙다고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영남대의료원 정연희 간호사도 "지난 6월 5일간의 짧은 몽골에서의 의료봉사였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아직도 태어나서 의료혜택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지요. 1960년대 바로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더군요. 그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이 되기 위해 매년 해외 의료봉사에 지원할 생각입니다."
대구지역 병원들에 따르면 어려움에 처한 빈민국을 찾아 떠나는 지역 의료봉사 인원은 연간 300명 정도. 해당지역도 몽골, 캄보디아, 네팔,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등 다양하다. 최근 2, 3년 새 해외로 의료봉사의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
올해도 많은 병원이 해외의료 봉사단을 꾸렸거나 떠날 채비다. 파티마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오는 8일 캄보디아 바탐방으로 떠난다. 내과, 신경정신과, 안과, 치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전문의 및 간호사 등 12명이 1주일 동안 현지에서 무료진료를 펼치게 된 것.
올 초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무료진료를 했던 동산의료원은 지난 1일 중국 옌볜지역에 조선족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진료소를 차렸으며, 오는 9월쯤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제 12차 해외의료봉사팀을 파견할 계획이다.
지난 달 몽골에 34명의 의료봉사단을 보냈던 영남대병원은 오는 14일 중국 옌지(延吉)에 30명의 의료봉사단을 또 보낼 예정이며, 대구가톨릭대학병원도 산부인과, 외과전문의 등 의료진 20여 명이 오는 9월 4일 몽골 자잘란트로 떠난다.
파티마병원 성모자선회 최상용 부회장(신경정신과 전문의)은 "불과 50년 전만 해도 수 많은 외국 선교사나 의료봉사자들이 한국을 찾아와 큰 도움을 주었다"며 "이젠 그때의 보은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역의 해외의료봉사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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