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의 힘은 머리카락이 광합성 작용을 해서가 아닐까?' '영화 에일리언처럼 고립된 우주선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메두사 머리의 뱀은 왜 사람과 공생하게 된 것일까?'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책을 봐도 영화를 봐도 그렇다. 지난 달 중순 인터넷 공모 방식으로 열린 '제5회 전국학생과학논술대회' 고등학생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구과학고 3학년 김정현 양. 생물광이다. 30cm짜리 이구아나를 4년 동안 키워 1.2m 짜리 애완동물로 삼을 만큼 파충류를 좋아한다. 여자들은 질겁하는 뱀도 정겹단다.
정현 양이 이번 공모에서 '생물학적으로 반증해 본 줄리엣의 죽음'을 논제로 삼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고 1때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고 '사람이 일시적으로 죽는 게 가능할까' 내내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결론은 생물학적 불가능이었다.
"사람이 사망하면 인체의 순환계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거나 체내 효소가 작용하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안돼요. 따라서 줄리엣처럼 20시간만에 살아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케이블TV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과학·생물 도감을 가장 좋아한다는 정현 양은 과학고에 온 게 행운이었다고 했다. 우선 하루 4시간씩 하는 실험수업이 너무 재미있다. 논제를 정하고 1년 동안의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제 연구도 즐겁다. 중학교 때는 서부교육청 심화반에 다녔고 고1때는 교육청 중등 영재 교육원에 다녔다. "학원 수업은 일방적이라서 질색"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수학에 흥미가 갔지만 갈수록 생물에 끌렸다. 화학·물리·수학처럼 공식만으로 해명되지 않는 무궁무진한 분야라서다.
"'제인 구달'처럼 생태학을 전공하고 싶어요. 엉뚱하다고요? 무엇이든 흥미를 갖고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어느새 창의력 도사가 돼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제인 구달'이 기다려진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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